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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완벽한 인생 #2

거기까지 진행되자 이제는 오히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나는 예전에 돌 던지기를 부탁했었던 핸드볼 선수에게 연락을 했다. 예전에 했던 일을 또 다시 해달라고 하자 상대는 웃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나라고 하자 이번엔 깜짝 놀라는 음성이었다. 정말로 해도 되는지를 몇 번이나 되물었다. 나는 그때보다 백만 원을 더 얹어주겠다고 했다. 대신 지금 돈 지급은 그 일이 끝난 후 해줄 수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상대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오늘이 화요일이니 로또 당첨번호가 발표되는 주말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없었다. 나는 남은 시간 동안 내가 움직일 동선과 시간대를 설명해주고 적당히 알아서 돌을 던져달라고 했다. 만약 이 일이 완전히 헛짓거리..

소설, 에세이 2021.03.10

[단편] 완벽한 인생 #1

"뭐라고요?" 너무 어이가 없었던 탓인지 내 직업상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아니 해서는 안 되는 말이 튀어 나오고야 말았다. 누구처럼 평생직장은 아니더라도 이 바닥에서 십여 년 발을 붙이는 동안 정말로 별의 별 요구를 하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나보긴 했지만, 오늘 들은 요구는 그 중에서도 제일 황당했다. 하지만 나는 나름 관록이 쌓인 프로였다. 덕분에 아주 잠깐 외출했던 정신은 금세 다시 되돌아올 수 있었다. 다행히 내 앞에 선 고객은 내가 조금 전 보여 준 반응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는 듯 살짝 미소까지 머금은 채 다음 말을 이었다. "이미 들은 그대로 입니다. 좀 알아보니 이곳이 평가가 제일 좋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

소설, 에세이 2021.03.10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살다 보면 가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게 된다. '너는 그 정도 밖에 안돼' 라는 식으로 대 놓고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고, 최근 아이를 잃은 사람 앞에서 자식 자랑을 하는, 실수로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으며, '이번 입사 지원에 불합격을 통보합니다.' 라는 식의, 개인이 아닌 단체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정중하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상처를 받게 되면 크게 두 가지 갈래로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그 사람의 잘못인가? 또 하나는 내 문제인가? 이다. 그리고 판단을 한 후 상대방의 잘못이 크게 느껴질수록 분노가 솟구치고, 내 잘못이 크게 느껴질수록 자책감이 든다. 오직 내 입장에서만 보면 이 둘 중에서는 자책감보다는 분노가 낫다. 분노는 억울함과 복수심 같은 감정들을 만들어내다..

심리학 2021.02.25

인간관계 잘하는 법

희정: 이번 달 모임은 어디에서 할까? 의견들 주삼~ 수정: 하남에 새로운 쇼핑몰 오픈했던데 거긴 어때? 미연: 오 그래? 거기 뭐 있는데? 수정: 맛점도 많고 스파가 끝내준데~~~~ 미연: 야 그럼 가야지. 우리가 누구냐 은실: 아 그런데 일산에서는 너무 멀어. 그냥 가운데 지점인 종로에서 만나면 안될까? 미연: 아 그러네. 일산에서 하남이면 너무 멀다. 아쉽네~~ 희정: 흠.. 그럼 그냥 보던 데로 종로에서 볼까? 은실: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하남이면 수정이네 집에서만 가까운 데잖아. 수정: 그건 아냐. 우리 집이 가까워서 그런 건 아니고 좀 멀긴 해도 오면 은실이 너도 좋아할거 많아서 추천한 거야. 은실: 그게 뭔데? 수정: 너 비누공예 좋아하잖아. 거기에 엄청나게 큰 비누공..

나의 이야기 2021.02.02

한탄강 겨울여행, 두 번째

몇 해 전 아주 춥던 이맘때쯤 한탄강 겨울 트레킹을 간 적이 있다. 그 당시 꽤나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가능하면 매년 겨울에 한번쯤은 다녀오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작년엔 겨울이 너무 따뜻해서 아예 얼지를 않아서 포기했다. 그래도 올해는 나름대로 추워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만 간 것이 아니라 아는 분들과 함께 했다. 좋긴 좋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올해도 그리 춥지는 않았던 듯 (기억 상으로는 꽤나 추웠는데!) 강물은 반쯤은 얼고 반쯤은 얼지 않았다. 그래서 얼음 위를 걷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것 말고는 좋았다. 마치 구슬처럼 얼어있던 얼음들. 영하의 날씨에다가 바람이 많이 불 것이라는 예보로 인해서 걱정을 했지만, 햇살이 따뜻하고 맑은 하루였다. 봄이 오려는지 ..

트레킹, 여행 2021.01.31

연말, 새해 그리고 올해

보통 연말이 되면 글 한 편 정도는 쓰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뭔가에 정신이 팔린 듯 2021년이 밝고 벌써 열흘이나 흘렀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꼭 써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기분이다. 2020년이 지나갔다. 다른 사람들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일들은 있었다. 제일 큰 일은 영월 집을 마무리 한 후 삼 년 만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한 일이다. 영월 집을 정리하고 한 해는 그냥 쉬고, 그 후 이년 동안 땅과 집을 찾아 댕기다가 작년 3월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집을 구했다. 땅을 찾다 찾다 결국 마음에 드는 땅을 찾지 못해서 그냥 괜찮아 보이는 집을 샀다. 지은 지 15년이나 되어서 낡긴 했지만, 워낙 뼈대를 튼튼하게 잘 지어 놓은 집으로 보였..

겨울, 눈 내린 풍경

가끔 집 근처로 날라오는 물까치 무리. 서울에는 잠깐 내린 눈이 시골집엔 이렇게나 쌓인다. 눈 내린 시골집. 마당 뒷 편. 눈보라치는 풍경. 아침에 발견한 고양이 발자국. 서리가 내린 나뭇가지들이 햇살에 반짝인다. 영하 10도로 떨어진 날씨에 따뜻한 햇살을 쬐고 있는 빈고. (발자국 주인공 ㅎㅎ) 크리스마스 장식에 비친 세상. 조카애가 사온 오리 만들기로 만든 오리. 계속 만들어지는 오리. 오리 커플. 집 근처에 날라온 암꿩. 까투리라고 한다. 그런데 얼굴만 보면 거의 매다.

사진 2021.01.04

둔한 사람 증후군

살다 보면 둔한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둔함은 처음부터 쉽게 드러나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 꽤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후에나 상대가 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둔함은 생각보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장점으로 인해 둔함이 쉽게 가려지기 때문이다. 뭐든 잘 먹는 사람은 맛에 둔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능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어떤 사람이 자신이 해준 요리를 늘 맛나게 먹으면 그것을 둔한 것이 아닌 자신의 요리가 맛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 착각이 깨지는 순간은 같이 식당에 갔다가 맛이 너무 없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상대는 여전히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볼 때이다. 이런 감각기..

심리학 2020.12.29

후회와 걱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사람들을 붙잡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라고 물으면 아마도 꽤나 다양한 답들이 나올 것이다. 돈이라는 사람도 있고, 가족, 관계, 취미, 직업, 경험 등등 각자마다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답을 할 것 같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그런 답들이 행복의 필수 조건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그런 조건들 말고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후회와 걱정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다. 후회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되돌아 봄으로써 생겨나는 나쁜 감정이다. 걱정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 부정적일 것이라고 미리 예측함으로써 생겨나는 나쁜 감정이다.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를 바라 봄으로써 생겨나는 감정들이다. 그러다 보니 행복에 관한 조언 중에서 가장 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

나의 이야기 2020.12.03

깊어진 가을

가을이 온듯 싶더니 벌써 떠나려고 한다. 또 한 해가 이렇게 가려나 보다. 집 뒷편으로 노랗게 변한 낙엽송. 노랑과 붉은 빛의 중간 색감이 나는 단풍잎. 낙엽송들. 횡성호 호수길을 걸었다. 5구간만 걸었는데 한시간 좀 더 걸린 듯 하다. 호수와 나무. 멀리 은행 한그루의 노란빛이 눈에 보였다. 물이 맑고 모래까지 있어서 그 느낌이 좋았다. 모르고 보면 해변 같기도하다. 강가에 피어 있던 갈대들. 그야말로 형형색색이다. 가까이 보면 더 예쁘다. 비가 오던 날 젖은 붉은 단풍잎. 가을 비가 또 다른 느낌이 들게 한다. 노란 빛의 단풍잎들. 나무 벤치에 쌓인 단풍잎들.. 이 사진은 아내가 찍었다.

사진 2020.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