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에세이

13. 여정의 끝 - 1

아이루다 2018. 11. 22. 09:08

 

"그럼 여기에 있는 동안 저는 무엇을 하고 지내면 될까요?"

 

하루가 지난 후 플라테네스가 물었다.

 

"그냥 여기에 있는 동안은 내 농사일이나 도우려무나."

 

"농사일이요? 그게 뭔데요?"

 

플라테네스의 질문에 잊자는 빙그레 웃었다.

 

"해보면 안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봄이 오면 씨를 뿌리고, 여름 내내 열심히 가꾸고, 가을이 되면 그 수확을 거두는 일이지운이 좋다면 농사일로만 얻은 식량으로도 일년 내내 충분히 먹고 살 수도 있단다."

 

"요즘은 주변에 먹을 것이 잔뜩 인데 왜 그런 일을 해요?"

 

"그럼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

 

".. 그건 아니죠. 그래서 처음부터 물어 본 것이잖아요."

 

"그럼 그냥 하거라. 뭔가를 할 때 꼭 그 목적이나 효율성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말이다. 시간 그 자체를 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단다."

 

"네에.. 그럴게요."

 

솔직히 잊자의 말이 그리 와 닿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뭔지는 잘 몰라도 그리 마음에 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잊자의 지적도 일리가 있었다. 할 일이 없었으니까 말이다그래서 플라테네스는 그날부터 농사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도 있었다. 원래부터 노동엔 익숙했던 몸인지라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하지만 문제가 있긴 했다. 그것은 바로 그의 몸이 작아서 씨앗 하나가 그의 몸 크기만 했다는 점이다.

 

플라테네스는 씨앗을 하나씩 겨우 옮겨서 심어야 했다. 더군다나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씨앗을 묻을 구덩이를 파는 것만 해도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잘해야 하루에 씨앗 하나를 심을 수 있었다. 그래도 좋은 점은 많았다시간도 잘 갔고,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새싹들을 보는 일은 꽤나 즐거웠으니까 말이다.

 

처음엔 어느 정도 농사일을 돕다가 적당한 시기가 오면 떠나려고 했다. 자신에게 남은 삶이 무한정 한 것도 아니고, 이제 벌써 삶의 중반이 넘어가는 시기이니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심은 씨앗에서 연두색의 예쁜 싹이 트고, 그 싹이 점점 자라서 그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풀로 자랄 때,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좋았다. 그래서 하루만 더 보다가 가자, 하루만 더 기다리자, 하다가 보니 벌써 훌쩍 여름이 지나가고 말았다.

 

며칠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그리 시끄럽던 매미 소리도 거의 다 줄어들었다플라테네스에게 두 번째 가을이 온 것이다. 그렇게 가을이 도착한 숲은 온통 노랗고 붉은 가을빛으로 가득 찼고 더 늦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짝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찬 풀벌레는 밤낮으로 쉼 없이 울어댔다.

 

그 사이 심었던 씨앗들은 줄기가 되고 꽃을 피운 후 열매를 맺었다. 잊자의 말로는 가을이 완전히 와야 그것을 수확할 수 있다고 했지만 플라테네스는 이미 그것을 수확한 듯한 뿌듯함을 느꼈다. 매일 그렇게 조금씩 익어가는 새로운 씨앗들을 보니 또 다른 종류의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하지만 잊자의 말처럼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해 줄 존재가 찾아올 기미는 전혀 없었다. 플라테네스는 그렇게 행복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올해는 유난히 풍년이구나."

 

첫 수확을 거둔 날 잊자는 앞에 놓인 올해 태어나서 자란 씨앗들을 바라보면서 흡족한 표정을 말을 했다.

 

"그렇네요. 단 하나의 씨앗으로 이렇게 많은 씨앗들을 얻다니, 자연은 정말로 놀라운 것 같아요. 그리고 뿌듯하기도 하고요."

 

"네가 열심히 일한 덕분이다."

 

"저야 조금 보탠 거뿐이죠애들은 다 혼자 자랐어요."

 

"그래도 네 노력이 큰 몫을 했지."

 

"조금은 그럴까요? 그런데 농사일을 해보니 정말로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실감이 되네요. 세상의 것들 중에서 이렇게 정직한 것도 드물 거시이에요."

 

"맞다. 그렇기도 하지."

 

"그럼 오늘 애들을 맛보는 것인가요?"

 

"당연히 그래야지. 막 수확해서 싱싱할수록 더 맛난 것이니까 말이다."

 

둘은 그날 정말로 맛있고 배부르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은 후 한참을 농사일에 대한 칭송하다가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그날 밤 플라테네스는 매우 생생하고 황당한 꿈을 꾼 후 중간에 잠이 깨고 말았다. 그리고 그 후로 다시는 잠을 자지 못했다.

 

"얼굴이 좀 푸석푸석 하구나. 간밤에 잠을 잘 못 잔 거냐?"

 

".. 이상한 꿈을 꿨어요."

 

"무슨 꿈?"

 

"악몽 같은데 악몽은 아닌 것 같은, 아무튼 이상한 꿈이요."

 

"뭔지 궁금하구나. 말해봐라."

 

"어제 꿈에 제가 먹었던 커다란 씨앗이 나왔어요아주 먹음직스러웠죠."

 

"그럼 좋은 꿈 아니냐?"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제가 그 씨앗을 먹으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그 씨앗에 눈, , 입이 생기더니 저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을 거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뭐라고 하디?"

 

"왜 나를 먹으려고 하냐고결국 나를 먹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봄부터 일을 해서 키운 것이냐고, 무척 화가 난 얼굴로 마구 따지더라고요."




 

"하하하, 정말로 재미있는 꿈이구나."

 

잊자는 크게 웃었다. 플라테네스도 따라서 웃음이 나긴 했지만, 자신이 꿈 속에서 느낀 기분은 결코 그런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려웠다.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니에요. 정말로 무서웠다니까요."

 

"그래도 웃기잖니. 씨앗이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먹을 거야? 정말로 먹을 거야?' 라고 따지는 모습이 말이다."

"그래요, 듣기엔 재미있겠네요. 그런데 정작 저를 두렵게 한 것은 따로 있었어요."

 

"그게 뭐냐?"

 

플라테네스는 한숨을 한번 쉬고는 답을 했다.

 

"그 순간 대답할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에요꿈 속이긴 하지만 씨앗의 말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분명히 애정을 듬뿍 담아서 봄부터 씨앗을 심고 키웠어요. 그런데 정작 제가 한 일은 그렇게 해서 거둔 더 많은 씨앗을 저의 먹거리로 삼고 말았죠. 물론 현실에서는 씨앗들이 말을 하지는 못하니 그런 원망을 들을 일은 없겠지만, 제가 만약 씨앗의 입장이라면 정말로 황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죠. 당연히 배신감도 느꼈겠죠."

 

"으음.. 그것은 그렇구나. 그래서 꿈속에서는 답을 못했다고 쳐도 지금도 그 답을 할 수 없는 거냐?"

 

".. 그것이 저를 더 당황스럽게 해요."

 

"그래, 웃기긴 해도 그냥 생각해도 쉽지 않은 질문이긴 하구나."

 

"혹시 잊자님은 그 답을 아세요?"

 

"? 나도 당연히 모르지.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은 드는구나. 네가 예전에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왜 사는지 그 이유를 찾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다고 했었지? 그런데 만약에 네가 씨앗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그러니까네가 사는 이유를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처음부터 누군가의 식량이 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생각이 들지 묻는 것이다."

 

".. 그러면 정말로 황당하고 기분이 나쁘고 슬플 것 같아요."

 

"왜 그런 감정들을 느낄까?"

 

"제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이 누군가의 식량 감이라면그것이 제가 태어난 이유가 될지는 모르지만, 저 자신 자체는 정말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잖아요."

 

"글쎄다. 그렇게 단순히 그렇기만 할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네가 봄부터 지금까지 농사를 짓는 동안 너의 입장에서 자신이 뿌린 씨앗과 가꾸고 거둔 수확물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었니? 내가 보기엔 적어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그건 다르죠. 제가 농사를 지으면서 가치를 느끼는 것과 제가 뿌린 씨앗이 스스로 가치 있음을 느끼는 것은 서로 전혀 입장이 다르니까요."

 

"그럼 네가 느끼고 있는 가치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정작 가치를 만들어주는 씨앗은 그것에 전혀 동의를 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으음.. 그건.."

 

플라테네스는 잊자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농사일을 하는 동안 나쁜 마음을 품은 적도 없었다. 정말로 정성스럽게 심었고, 최선을 다해 가꿨다. 그렇다면 그 씨앗들을 맛 볼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저의 가치는 저의 가치이죠. 제가 노력한 결과이니 저의 권리이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은 씨앗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야 해요."

 

"그래 그 말도 맞다. 그런데 씨앗이 처음부터 너에게 심어달라고 한 것은 아니잖니. 네가 임의로 심었고, 그래서 그들은 자란 것이지. 그렇다면 너는 네가 노동을 통해서 씨앗들을 심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뜻인 것이냐?"

 

"?"

 

플라테네스의 머리 속은 더욱 더 혼란스러워졌다.

 

"잘 생각해보거라사실 너 역시도 마찬가지 아니니너도 처음부터 태어나고자 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맞지?"

 

".."

 

"그래 너는 처음부터 그냥 태어났어. 그런데 너는 지금 이 순간 너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 답을 찾을 수 있겠니? 설령 너나 나를 태어나게 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농사꾼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그 존재가 우리를 어떤 목적으로 해서 태어나도록 했는지는 알 방법은 없지만, 우리가 그 존재를 찾아가서 따져 묻는다고 해서 어떻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겠니? 그리고 설령 답을 해준다고 해서 네가 그것을 납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말이다."

 

"그러면 저는 처음부터 그런 질문을 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나요?"

 

"그것은 아니다. 질문은 중요하지. 단지 모든 질문에 답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란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설령 답이 없더라도 처음부터 그 질문을 갖지 못했다면 답이 없다는 것 조차도 알지 못했을 테니까 당연히 의미가 있다. 사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도 무척 중요하니까 말이다."

 

"답이 없는 질문을 가져서 뭐해요. 결국 답답하고 실망만 할 뿐인데."

 

"그렇지. 하지만 그로 인해서 다시는 더 이상 그런 질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유용성이 있지. 그리고 또 하나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그게 뭔데요?"

 

"그것은 바로 너와 네가 노력해서 거둔 씨앗들 사이의 관계에서 나온단다."

 

"?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우리는 방금 전까지 서로 각자 입장에서 태어남에 대한 의미를 따졌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지. 한쪽은 먹으려고 심고, 한쪽은 먹히려고 태어난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각자 의미가 없었던 존재들이 서로 관계로써 연결이 되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단다."

 

"어떻게요?"

 

"서로가 서로의 존재로 인해서 의미가 있어지지너는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으로부터 자라난 새로운 씨앗을 먹음으로써 너의 삶을 이어갈 수 있고씨앗은 너의 도움을 받아 잘 자라서 또 다시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할 수 있지. 그러니까 각자는 무의미하더라도 둘이 연결되어서 관계를 맺게 되면 거기에서 생명의 연장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생겨나게 된단다."

 

"그렇긴 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결국 제가 죽어서 먹는 쪽이 사라지거나 씨앗에서 싹이 나질 않아서 먹히는 쪽이 사라지고 나면 무의미해져 버리고 마는그저 상대적인 의미일 뿐인데요."

 

"어떤 의미가 상대적이면 그것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거니? 다시 말하면, 의미는 반드시 절대적으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비록 그 관계가 상대적이라고 해도 네가 농사일을 하는 동안 분명히 행복했잖니? 그 행복은 진짜가 아닌가?"

 

"그건 그렇죠. 하지만 잘 납득이 안돼요."

 

"플라테네스야, 너는 삶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니?"

 

"삶은 사는 것이죠. 태어났으니까 살고,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것, 그 사이에 수 많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삶이죠."

 

"그래, 맞다. 그런데 그건 아니?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수 많은 다른 존재들의 죽음이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 , 그렇죠. 우리는 누구나 매일 먹어야 사니까요."

 

"그래, 그렇단다. 그래서 누군가의 삶은 반드시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기반으로 하지. 매미들의 자연스러운 죽음이 개미들에게 겨울철에 풍부한 영양분을 제공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먹기 위해서 죽이기도 하지. 그래서 그런 과정은 언뜻 보기엔 매우 잔인해 보이기도 한단다. 그럼에도 그것은 자연의 본질적 이치라고 봐야지. 그러니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일을 그 어떤 도덕적 판단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

 

"나쁜 것은 아니겠죠. 물론 최대한 적게 죽이는 것이 낫겠지만."

 

"그렇지그리고 너도 결국 언제 가는 죽을 것이지만그 죽음이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 그렇겠죠."

 

"그렇기에 네 삶은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어진다. 혼자서 자라고 혼자서 살다가 죽으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태어나 죽은 후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비록 산자와 죽은자가 서로를 전혀 모르더라도 생명의 순환이라는 아주 커다란 흐름 속에서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자체만으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그러니 이런 종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이 바로 생명 현상의 본질이라고 해도 그리 무리한 표현 같지는 않구나."

 

", 그건 그렇겠네요."

 

"그러면 결국 이런 결론이 나오게 된다누군가의 삶은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의미가 있어진다, 반대로 누군가의 죽음은 누군가의 삶을 의미 있게 해주는 것도 가능하지. 그리고 그 의미가 제대로 형성되려면 반드시 서로 연결된 관계라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 있고."

 

".. 이해하기가 어려운 얘기네요."

 

"아니다, 그리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아주 단순하단다. 처음부터 한 개체조차도 죽음이 없다면 삶이 존재할 수도 없거든."

 

"죽음이 없다면 삶이 존재할 수 없다고요? 죽기 때문에 삶이 무의미해 지는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시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라. 만약 죽음이라는 최종 끝이 없다면 삶이라는 단어 조차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니까 말이다."

 

"? 왜요?"

 

"생각해 보거라. 만약 끝이 없다면 시작이 존재할 수 있겠니이와 비슷한 것들은 많다. 어둠이 없다면 빛도 없고, 좌가 없다면 우도 없고, 악이 없다면 선도 없고, 흐린 날이 없다면 맑은 날도 없고, 여름이 없다면 겨울도 없다그리고 불의가 없다면 정의도 없겠지. 각자는 결코 혼자서는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오직 상대적 관계 속에서 그 진정한 의미가 생겨나고 있단다."

 

플라테네스는 순간 뭔가 묵직한 망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네가 너의 머리 속을 너무 복잡하게 만든 듯 하구나."

 

잊자는 가볍게 웃으면서 멍하게 있는 플라테네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플라테네스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생각 속에 빠져 있어야 했다. 뭔가 잡힐 듯 하면서도 금세 헝클어지고 마는 무의미한 사념들이 끝없이 그의 머리 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런 그가 문득 정신을 차린 것은 점심 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저기, 아침에 한 얘기 말인데요.."

 

"그 얘기? 그냥 흘려 듣거라. 별 의미도 없는 말들이다그저 시간이 나면 한번쯤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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