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민감함 이해하기

아이루다 2018. 9. 4. 07:27

 

보통 민감하다는 말은 크게 두 가지 경우에 쓰인다.

 

하나는 감각기관의 민감함이다. , , , , 피부가 민감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오감의 민감함은 좋은 면도 있지만 생각보다 불편한 면도 꽤나 많다.

 

좋은 쪽으로 보면 훨씬 더 풍부한 감각 경험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훨씬 더 다양한 색감, 훨씬 더 깊은 맛, 훨씬 더 조화로운 소리, 훨씬 더 좋은 냄새, 더 좋은 피부 감각을 경험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원래 눈이 밝다면 밤 하늘의 별도 훨씬 더 아름답게 보인다. 이것은 행복한 삶을 위한 매우 좋은 조건이다.

 

대신 단점도 명확하다. 특히 도심에 살 때 그것이 심각해지는데, 만원 지하철 속에서 사람들의 땀 냄새, 한 여름에 음식 쓰레기 냄새, 해가 강한 날에 밖에 나가면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증상, 조금만 이상한 것을 먹어도 몸에서 트러블이 나는 피부 등등, 특히나 환경 오염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도 좋은 점들이 많으니 나쁜 점들을 견디고 살아갈 만 하다.

 

민감하다는 말을 쓰는 두 번째 경우는 바로 성격에 관해서이다. 그리고 ', 좀 민감하다', 라는 평가를 할 때는 보통은 여기에 해당이 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민감한 성격 자체도도 기본적으로는 감각기관의 민감함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오감이 민감하니 어쩔 수 없이 반응이 민감하게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는 일도 제법 된다. 뭔가 감각적으로 불편한 상황에서 남들보다 훨씬 못 참기에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하지만 성격적 민감함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것이 다가 아니다. 거기에 아주 중요한 하나의 원인이 더해진다. 그것은 바로 어떤 대상에 대한 두려움이다. , 사람은 두려운 것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해서 민감해진다.

 

인생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중요한 시험을 앞둔 사람은 평소에 비해서 유난히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하다. 그 시험을 망치게 되면 본인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민감해진다.

 

돈이 두려운 사람은 돈에 민감해진다. 그래서 손해와 이득에 민감해지고 가능하다면 손해보다는 이득을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손해를 입지 않고 최대한 이득을 챙기는 것이, 돈에 관해서라면 그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으려는 것이 매우 중요한 목적이 된다.

 

이런 식으로 두려움으로 인해서 민감함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오히려 두려움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민감해지지 않으면 그것이 문제가 된다. 그럴 경우 생겨난 두려움에 제대로 대처가 되지 않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움에 민감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두려움으로 인해 생겨난 민감함은 반드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스트레스는 그 두려움의 대상이 사라지거나 해결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사람을 괴롭게 한다. 사실 삶이 괴롭다거나, 힘들다거나, 무게가 무겁다고 표현하는 거의 모든 이유가 바로 이것으로 인해서 생겨난다.

 

다행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삶이 너무 괴로우니 사람들은 조금 다른 방법을 쓴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에 대해서 둔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두려움은 민감함으로 대처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둔감하게 만듦으로써 두려움을 잊으려고 든다. 술을 마시는 방법도 있고, 전혀 다른 것을 함으로써 기분을 전환시키는 방법도 있다. 뭔가에 몰입을 하기도 하고, 신나고 즐거운 일을 함으로써 잠시라도 걱정거리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물론 어떨 경우엔 이 방법도 좋다. 특히나 두려움의 종류가 허상에 가까운 것일 때 그렇다.

 

매일 죽을까 봐 안전에 대해서 너무도 민감하게 사는 것은 공황장애를 앓게 만들 수 있다. 더러움에 대한 너무도 심한 민감함이 결국 결벽증을 낳는다. 낯선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사람을 사귀는 과정을 어렵게 만들어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좀 둔해지는 편이 좀 더 낫다. 하지만 모든 두려움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나 안전에 대한 둔감함이 심화될 경우 결국 큰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산업현장에서는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감각기관의 민감함과 둔감함이 서로 장단점이 있듯이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 두려움에 대한 민감함과 둔감함도 분명히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민감한 사람이 많은 노력을 한 끝에 어느 정도는 둔해질 수는 있을 지 모른다. 반대로 둔한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는 민감해지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자신이 가진 민감함과 둔감함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노력을 통해서 바꿔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장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면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신이 먹고 사는 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끄는 것이 현명한 결정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가진 민감함이 사실은 두려움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을 모른 채, 오히려 남들이 갖지 못한 그 어떤 능력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는 순간 재앙이 시작될 수 있다.

 

감정에 민감하기에 사람들에게 센스있게 잘 대처한다고 믿는 사람은 오히려 관계가 틀어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니 그리 민감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자신이 관계를 잘 맺는다고 착각하고는 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했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최악의 경우 사람 기피증이 생겨날 수도 있다.

 

돈에 대해서 민감한 사람은 주식 같은, 매일같이 손해와 이득이 반복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그랬다가는 제 명에 살기가 힘들다. 오히려 돈에 둔감한 사람이 주식을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이성적으로 반응할 수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돈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한 사람들이 그 두려움을 없애려고 주식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벌어도 두려움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저 돈을 벌었을 때 잠시 느껴지는 희열이 전부이다. 그러니 거기에 빠진다. 도박도 마찬가지다. 돈이 너무 두려운 사람들이 도박을 해서 돈을 딸 때 잠시 자신의 두려움이 줄어들기에 그렇게나 커다란 쾌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 커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가족과의 관계도 심지어 자신의 삶조차도 내팽개치는 듯 보인다. 그러다 보니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돈을 무서워하지 않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이다. 돈이 너무 두려워서 돈을 딸 때 그 쾌감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다.

 

모기에 물리는 것에 민감한 사람들은, 즉 모기에 물리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은 귀에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만 나도 경기가 날 수 있다. 잘 물리기도 하고, 물리면 몹시 가렵기 때문에 모기 소리가 나면 자다가도 깨서 모기를 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밤새 잠을 자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사람을 보고는 유난 떤다고 하면서 왜 그렇게 민감하게 구냐고 타박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모기의 경우엔 민감함이 모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는 것을 알기에 별 다른 문제는 없다. 하지만 관계나 돈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에 대한 민감함을 오히려 자신이 잘하는 것이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다.

 

, 자신이 가진 민감함을 일종의 장점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 민감함이 두려움이 아닌 의욕이나 욕망을 통해서 나온다고 여긴다.

 

자신이 좀 관계를 잘 맺는다든가, 자신이 돈에 대해서 남들보다는 좀 더 보는 눈이 있다든가 하는 착각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나는 모기 좀 잘 물린다 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사람과 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일을 하는 사람의 경우엔 오히려 사람에 대해서 둔한 것이 낫다. 돈도 마찬가지다.

 

원래 민감하다는 것은 대상의 흔들림에 같이 흔들리는 경우를 뜻한다. 나는 흔들릴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상대가 흔들리고, 주가가 흔들리면 결국 자신이 흔들려 버리고 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민감하다는 것은 장점이 있는 특징이다. 민감할수록 놓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그 민감함으로 인해서 영향을 받게 된다.

 

모기에 민감한 사람은 모기를 열심히 잡기 때문에 뇌염모기에 물릴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둔한 사람은 물리는 지도 모르고, 모기를 잡지도 않기에 모기로 인해서 큰 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민감함 사람들은 자신의 민감함을 최대한 자신의 장점 목록에 두고 싶어한다. 그리고 자신과는 달리 둔하고 굼뜬 사람들을 보면 센스 없다고 비웃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민감함이 바로 자신이 가진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모르기에 그러는 것이다.

 

민감함은 그 자체로는 행복한 삶을 위한 아주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 민감한 사람은 그 미묘하고 어려운 인간 관계 속에서 그나마 잘 버텨내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돈에 대해서 민감한 사람은 힘들게 번 돈을 어리석게 쓰지 않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자신의 자랑거리로 여기게 되는 순간 그 능력은 바로 단점이 되고 만다. 사람을 조정할 수 있다고 여기고,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만 피할 수 있다면 민감함은 행복을 위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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