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행복하기

아이루다 2017. 11. 18. 09:57

 

누군가와 깊은 관계가 되려면 반드시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이것은 신뢰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했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경우가 바로 그 상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신뢰를 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신뢰 하는 것은, 운이 좋다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사기를 당하거나 혹은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를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수십 가지 문항의 답을 찾는 심리테스트와 같이 방법도 있을 것이고, 오랜 시간 동안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조금 간접적인 방법이라면힘든 상황을 함께 경험하는 것이나 혹은 그 사람과 친한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봄으로써 알아내는 방법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원래 힘들면 인간성이 다 드러나게 되고 또한 사람은 원래 유유상종이니까 말이다.

 

예외적으로는 관상을 보거나 사주팔자를 통해서 가늠할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런데 이런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방법의 난이도를 제외하고 고려해보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마도 '그 사람의 과거'를 아는 것일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아주 단순하게 옳다. 그 사람의 과거가 바로 그 사람이 살아온 기록이고, 그 살아온 기록이 바로 그 사람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생애를 비디오로 다 촬영해놓지 않았기에, 그 사람의 과거를 모두 볼 수가 없다. 또한 설령 촬영을 해놨다고 해도 수십 년 분량을 어찌 다 보겠는가? 그것을 다 보려면 지루해서 죽을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과거를 아는 방법은 오직 그 사람의 기억에 의존하게 된다. 그것도 기억에 남을만한 사건이어야 하고, 그 자신의 입장에서 경험한 것이며, 결국 주관적으로 기록된 기억 말이다.

 

이것이 부족하긴 하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것만 해도 한 사람을 어느 수준까지 아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사람과 깊은 관계로 발전하려면 이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 사람을 그저 아는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는 것만으로도 신뢰 있는 관계는 맺을 수 있다. 그래서 동업자가 되어서 함께 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계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도약이 가능하다. 그것은 바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충만함의 단계이다.

 

누군가와 충만함의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서 이해의 단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을 아는 단계까지 그나마 쉽지만 이해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은 난이도가 무척 높다. 왜냐하면 아는 것은 그저 대화만 많이 해도 가능하지만, 이해를 하려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관계가 충만함을 느낄 정도까지 깊은 관계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운이 좋아야 몇 년일반적으로는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심각한 경우엔 몇 십 년을 알고 지냈는데, 결국 나중엔 서로 마음이 상해서 갈라서기도 하는 것이 인간관계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부부들은 이해가 아닌, 아는 단계에서 결혼을 한다. 꽤나 오랜 시간을 사귀었어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이해의 단계로 나가는 것은 바로 결혼 후 같이 살 때이다. 이때는 아는 것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문제들이 숱하게 생겨난다. 그래서 반드시 이해의 과정을 통과해야만 그 가정이 유지될 수 있다.

 

부부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마찬가지다. 아는 단계에서는 좋았던 사람이 깊은 단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수 많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그래서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는 것이 그토록 난이도가 높은 것이다. 이때는 사소한 버릇부터 작은 의견 차이까지도 모두 크게 작용한다.

 

부부가 결혼 후 싸우는 대부분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식당에 가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한 명은 종업원을 불러서 따지고, 한 명은 그냥 빨리 먹고 나가길 바란다. 한 명은 남은 음식을 싸가길 바라고, 한 명은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이런 사소한 습관이나 사고 방식의 차이가 둘의 관계를 흔들어 버리고 만다. 음식점에 갔을 때 그런 것들이 서로 엇갈리게 되면 아예 외식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고 만다.

 

그래서 이런 관계의 단절만큼은 피할 수 있는 뭔가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이해이며 이때 바로 그 사람의 과거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적어도 그 사람이 왜 지금 그런 성격이 나타나는지, 왜 그런 것에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지, 왜 결코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도 아니고 심지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임에도 그것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상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줄 수만은 없다.

 

결국 상대의 과거를 끌어와서는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한다. 물론 이것도 일종의 이해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원래 이해의 최종 목적, 즉 받아들임을 위해서는 결코 좋은 시도가 아니다.

 

, 누군가에 대해서 알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바로 그 사람을 받아들이기 위함인데,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고 방식에 맞춰 상대의 과거를 마음대로 판단해버리고 말면 결국 상대에 대한 받아들임이 일어날 수 없다. 그것은 그저 상대를 재판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오히려 상대의 과거를 알고 난 후, 상대를 더 비난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바로 상대의 과거를 현재의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행위이다. , 상대가 어리고 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겪은 경험들을 현재의 자신을 기준으로 해서 판단하고 결론을 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실수는 자기 자신조차도 잘 하지 못하면서도 상대에게는 그것이 그렇게 될지 모르고 했냐고 비난하는 일이다. , 결정된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의 행동을 평가하는 것이다. 왜 되지도 않을 공무원 시험을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했느냐, 왜 취업도 안 되는 학과에 들어갔느냐, 왜 그때 그 아파트를 사지 않았냐고 비난한다.

 

그런데 그런 결과를 알았다면, 상대가 그런 실수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이것과 관련해서 요즘 유행하는 '보이스 피싱' 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도대체 그 단순한 트릭에 왜 속냐고 비웃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당해 본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말하지 않는다. 직접 당해보면 정말로 속을 수 있다고 말한다전문적으로 속이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속지 않기란 그다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러니 그 누군가에 대한 이해 역시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착각을 한다. 특히 어린 시절이라면 더욱 더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아는 것도 많지 않고, 경험도 적으며, 그 무엇보다도 육체적 힘이 약하다. 그러니 과거에 일어났던 그 많은 일들은 단지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어리고 약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으로 인해서 성인이 되었을 때 집착이 생겨나게 된다.

 

어려서부터 어쩔 수 없이 소년 가장이 되었다면 독불장군이 되기 쉽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으니, 남의 말을 듣는 것에 너무도 서투르다어른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언니나 동생 사이에 끼어서 존재감에 큰 상처를 받았던 아이는, 어른이 된 후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서 끝없이 자신의 외모를 꾸미는데 집착을 할 수도 있다.

 

자식을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는 부모로부터 자란 아이는, 스스로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결혼 전에는 여자의 성질을 모두 다 받아주는 좋은 남자친구가 사실은 갈등을 견디지 못해서 갈등만 생기면 무조건 도망쳐버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과거에 대해서 들을 때 자신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들을 수만 있다면, 어른이 된 후 갈등이 생겨나는 대부분의 집착이 바로 어린 시절에 상처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한다. 인간관계만큼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계가 망가질 정도로 무엇인가에 강한 집착을 가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에 감당하기 힘들었던 두려움에 노출된 경험의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누군가가 가진 크고 작은 문제점들은 바로 그 사람의 과거에 존재했던 두려움과 상처가 만들어 낸 결론인 셈이다. 그러니 그 누군가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바로 그 두려움과 상처를 이해해주는 일이며, 결국 이것은 상대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된다. 물론 어렵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각자가 가진 과거의 문제들을 공유하고 공감해주며 그렇게 끊기지만 않고 오래 지속할 수 있다면, 상대는 결국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가진 불필요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그 과정을 참아낼 수 있는 인내력도 필요하다.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를 알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같이 그 문제를 치유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당연히 상대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할 테지만, 그것도 각자 자신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기에 충분히 해볼만한 것이며 또한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다는 것은 언제나 짧고 늘 바쁜 듯 느껴지지만사실은 생각보다 길고 지루하다. 그 긴 여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은,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삶이 풍요로워서도 좋고, 그 힘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며 그리고 결국 받아들일 수 있어서 좋다.

 

그러니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 전체적인 과정 중에서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상처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결국 우리가 모두가 원하는 것은 바로 지금의 행복이라는 점이다.

 


, 현재의 자신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과거를 강조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 이유가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해도, 누가 들어도 다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인정해준다고 해도, 결국 현재 자신의 행복에 방해가 된다면, 그것은 그냥 과거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

 

그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끼치게 놔둬서는 안 된다. 그러니 단절이 필요하다. , 과거가 현재에 자신이 가진 문제를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현재의 불행을 정당화시키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

 

현재는 그저 행복해야 한다. 이것을 잊는 순간, 자기 연민에 빠져서 평생 허우적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과거 탓만 하고 현재의 행복을 버리려고 하는가?

 

그렇게 살고 싶으면 그렇게 살아도 된다. 모두 자기 인생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안 그런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정당하게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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