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사랑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아이루다 2017. 11. 3. 08:25

 

언제부터였는지 모른다. 세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 이라는 걸작 소설을 쓴 이후인지,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난 사건 이후인지 모르겠다. 혹은 베르테르가 슬픈 사랑으로 인해 자살을 한 이후인가?

 

아무튼 사랑은, 특히 젊은 남녀의 아름답거나 슬픈 사랑 이야기는 수 많은 그 후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왔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소설, 연극, 영화, 드라마, 만화 등등 사랑은 끝없는 소재거리가 되고 있다. 사실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빠진 한국 드라마는 따로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도 그런 영화같은 사랑을 경험할 수 있길 꿈꾼다. 가슴이 아프다 못해 시리고, 그 사람과 함께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할 수 있으며사랑만이 이 세상의 모든 가치라고 철석같이 믿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데이트 하기에 좋은 사람이 있고, 함께 부부로써 사는 것이 좋은 사람이 있다.

 

, 이것은 개인의 가치관이니 따질 필요 자체가 없다. 사실 진짜 문제는 사랑에 관한 아무리 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그런 사랑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그럴만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거나 혹은 운이 없어서 그런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신도 어느날 자신에게 딱 맞는 이상적인 사람이 나타나면 로미오처럼, 줄리엣처럼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온전히 착각일뿐이다. 그런 소설 속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그런 가장 큰 원인은 각자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두려움" 때문이다.

 

강렬한 사랑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올인' 이 필요하다. , 뒤를 돌아보지 않을만큼 아무런 생각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로 위험한 행동이다. 갈 수는 있지만, 되돌아 나올 길이 없는 길을 가는 셈이다. 그러니 이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랑의 도피, 로맨틱한 말이다. 특히 왕자나 공주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도피를 했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과연 우연히 만나서 첫 눈에 반한 사람과의 사랑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특히나 자신이 가진 것이 왕자나 공주와 같은 사회적 지위였다면, 과연 그것을 버릴 용기를 내는 것이 얼만큼이나 가능하겠는가?

 

물론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모든 사랑은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삶을 올인하는 것이다. 남은 패가 하나도 없이 모두 쏟아 붓는다. 그래서 사랑이 그토록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뭔가를 남겼다면, 되돌아 올 수 있기에, 그것에 완전히 빠져들 수 없다. 그러니 남기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랑이 이뤄지지 못하면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으니, 막히는 순간 죽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기회만 되면 올인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작 그 상황이 되더라도 여전히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할 뿐이다.

 

, 괜찮은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나도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기회를 넘겨버리고 만다. 물론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그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설령 그 사랑이 이후에 어떤 모습으로 망가지더라도, 사랑은 그냥 그 순간에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나중에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꼈다면, 그냥 가야 한다. 이후에 일어난 일들, 조건들, 문제점 등을 따지게 되면 그 누구도 더 이상 나갈 수 없다. 그러니 감정이 멈추게 된다.

 

이렇게 뭔가를 따지는 행위는 바로 '두려움' 에서 나온다. 뭔가 불안하니까 자꾸 따지는 것이다. 돈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은 가계부를 쓰지 않는다. 돈은 그냥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열심히 가계부를 쓴다. 불안하니까 따져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계부를 쓰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이것은 그냥 성향이다. 그리고 이 성향의 차이가 바로 뜨거운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러다 보니 사랑은 곧잘 아주 어리석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 뒤가 뻔해 보이는 데도 젊은이들은 자신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사랑을 결코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런 경우의 대표적인 예이다. 원수 집안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의 결론은, 그리 좋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가슴 속에서 불타오른 사랑을 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아무런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사랑의 강렬한 욕구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훌쩍 뛰어 넘어 버렸다.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서 유일한 두려움은 상대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는 상황 뿐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되자 아무런 망설임없이 독을 마시고스스로를 칼로 찌른다.

 

그래서 사랑은 양날의 검이 된다. 그래서 또한 사실상 소수의 사람들만 이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평소에 너무도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기 때문에, 자신도 당연히 그런 사랑쯤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저 운이나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그렇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사랑을 하려면 그 무엇보다도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용기라고 불러야 할지, 만용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사실 그 결과로밖에 판단할 방법이 없다.

 

만약 제대로 잘 이뤄지게 되면, 노년이 되어서 자신들이 저질렀던 젊은 시절의 과도함을 용기로 칭찬할 것이며, 그래서 자녀에게도 또한 그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도 용기있는 자가 되어서 자신이 경험했던 그런 사랑을 꼭 경험해봐야 한다고 조언을 할 것이다. 그래서 끝없이 그런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에 대해서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실패하게 되면 완전히 반대의 입장이 된다. 이때 사랑은 용기가 아닌 만용이 되며그런 무모한 사랑로 인해 입게 된 피해를 평생 아쉬워하면서, 사랑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조언을 해주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결과론적 판단이 된다.

 

단지 중요하게 알고 있어야 할 점은, 자신에게 그런 무모한 사랑의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을 자신이 없다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 두려움이 왜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 모든 신체적 에너지가 상대를 향해 불타오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겁이 나서 더 이상 진행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지금껏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생각보다 커다란 두려움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은 그리 좋은 신호는 아니다.

 

사랑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사랑을 경험했냐 못해냐 가지고 삶을 판단할 수는 없다. 단지 근본적으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만약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내면에 사랑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을 품고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어떤 문제들이 있어서 그런 사랑조차 경험할 수 없는 사람으로 살아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불타는 사랑을 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누군가를 완벽히 신뢰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떄문이다. 신뢰는 모든 관계의 가장 기본적 조건인데, 사랑의 경우에는 완벽한 신뢰가 추가적으로 더 필요하다.

 

또한 그렇기에 사랑이 그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믿는 힘은, 그 믿음의 순도가 높을수록 강한 에너지를 품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는 것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이런 신뢰는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거는 행위이다. 내 등을 온전히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렇기에 엄청나게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언제든 무방비 상태로 있는 자신의 등을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사랑을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행복이 큰 만큼이나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면이 불안한 사람은 처음부터 그것을 시작할 수 없다. 자기신뢰가 있어야만 남도 신뢰할 수 있는데, 이미 자기신뢰도 부족한데 어떻게 남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끝없이 객관적으로 사랑의 조건을 따지게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따지는 순간 내면에서 일어난 강렬한 사랑의 감정은 수그러들고, 점점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 후로 물불을 가릴 수 없어야 정상이다. 돈도, 성공도, 미래도 모두 뒤로 밀리고 오직 사랑하는 상대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욕구만이 가득해야 한다.

 

그러니 이것이 얼마나 감정적인 일인가?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얼마나 두려운 일이겠는가? 얼마나 무계획적인 일이겠는가? 얼마나 어리석어 보이는 일이겠는가?

 

그럼에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사랑을 한번 쯤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젊은 시절이라면, 그것은 그 후로 살게 될 오랜 삶의 동안에 소중한 자산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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