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넘어, 나를 찾다

12. 사람의 감정 - 1부

아이루다 2017. 6. 7. 07:39


 

이번 글에서는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살펴 볼 것에요. 물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긴 하죠. 자신이 스스로 느끼니까요.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느끼기만 할 뿐, 왜 그런 감정들을 느끼게 된 진짜 이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요. 마치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니 불안감을 느꼈던 엄마처럼이요.

 

그래서 우리가 아는 감정들 대부분은 표면적인 것에 한정되죠그리고 무엇인가를 느낀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 감정 하나에 대한 것을 의미해요.

 

그런 감정들에는 바로 분노, 질투, 짜증, 두려움, 외로움 등이 속하죠.

 

이런 감정들은 너무 강렬해서 다른 감정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틈이 없어요. 그래서 한 번 사로잡히면, 그 안에서 꽤나 오랜 시간 허우적대죠. 그리고 이렇게 한 감정에 지배되게 되면 도대체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 그것을 제대로 해석해 낼 이성이 정상 작동을 할리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결국 자신의 감정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그나마 이성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에는 이미 그 감정으로부터 빠져 나왔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때는 또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며 당시의 감정은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오해가 일어나요. 아이에게 불안감을 느낀 엄마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오해는 결국 잘못된 실수를 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별 것 아닌 문제이거나 혹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감정임에도 결국 크게 덧나게 되고 말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당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 좀 더 이해를 할 필요가 있어요. 이제는 그것을 위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해요.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참으로 많은 종류의 감정을 느껴요. 그래서 그것을 다 열거하면 한 페이지가 넘게 나올지도 모르죠.

 

대충만 써도, 즐거움, 유쾌함, 기쁨, 홀가분함, 따뜻함, 흥분, 상쾌함, 안정, 짜릿함, 편안함, 걱정, 긴장, 낙담, 냉담, 슬픔, 고통, 불안, 섭섭함, 심란, 두려움, 당황, 황당, 미움, 분노, 질투, 민망, 부끄러움, 지겨움, 짜증남, 혼란스러움, 열등감, 부러움 등등이 있죠.

 

참 많기도 해요. 그리고 이렇게나 많고 많은 감정들을 예전에는 네 개로 묶었어요.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바로 '희로애락' 이죠. 하지만 이 분류는 생각만큼 잘 맞지 않아요. 특히 즐거움과 기쁨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죠. 차라리 미국의 어느 심리학자가 분류한 여섯 가지 항목이 더 맞아 보여요.

 

그것은 분노, 공포, 혐오, 슬픔, 기쁨, 놀람, 이렇게 총 여섯 개에요.

 

이런 근본적 감정들을 근거로 위에 열거한 수 많은 다양한 감정들이 파생되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이 여섯 개의 감정들 조차도 두 개로 더 압축시켜 분류가 가능해요.

 

그것이 바로 두려움과 재미에요. , 인간의 모든 감정은 바로 두려움과 재미로부터 출발한답니다. 그리고 두려움은 보통 분노, 질투, 짜증과 같은 나쁜 감정들의 원인이 되고, 재미는 즐거움, 상쾌함, 기쁨과 같은 좋은 감정들의 원인이 돼요.

 


그런데 이것도 끝이 아니에요.

 

언뜻 보기엔 두려움과 재미는 동급 같아 보이긴 하지만, 사실 재미는 두려움에 종속적이에요. 두려움과 재미는 동시에 발생할 수 있지만, 두려움이 느껴지는 순간 재미는 금세 사라지고 말아요이렇게 두려움과 재미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답니다.

 

당신이 높은 곳에서 번지 점프를 처음 할 때 참으로 많은 종류의 감정을 느낄지 몰라요. 그것들은 아마도 흥분, 짜릿함, 두려움, 즐거움, 재미, 불안감 등등 이겠죠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상태일 것이에요. 그래도 좋으니 하는 것이죠. , 재미가 두려움보다 더 크다는 뜻이죠.

 

그런데 그 감정들의 근원은 흥분이나 재미가 아니라 오히려 두려움이죠. 1M 높이에서 뛰는 번지를 누가 하겠어요. 40M 정도로 되어야 두렵고, 두려워야 재미가 있어요. 이것은 모든 놀이 공원의 원리죠.

 

친한 친구들을 만나서 보내는 시간도 재미가 있죠. 그리고 이런 재미가 어떻게 두려움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 연결시키는 것은 어려워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죠.

 

그냥 생각하면 두려움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친구들과 나누는 즐거운 대화를 한번 살펴보죠.


사람들은 대화 속에서 크게 두 가지를 인정을 원해요. 하나는 자신이 그 모임에 참가할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인정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인정, 즉 자신이 좋아하는 것, 했던 것들에 대한 인정을 원해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상대의 말에도 인정을 해줘요. 이것은 일종의 품앗이 같아요. 서로 인정을 해주면서 즐거움이 커지죠. 재미있는 말을 잘해도 인정해주고, 특이한 경험을 했어도 인정을 해주고, 힘든 일을 겪었어도 인정을 해줘요. 사실 인정은 공감과 많이 다르지 않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결과적으로 존재감을 상승시켜요. 그리고 결국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죠. 지난 글에서 저는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를 생존에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 이 역시도 두려움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에 즐겁고 재미가 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만약 친구들을 만났는데, 누군가 한 명이 당신의 이야기에 반대하고, 지적하고, 비판하면 당신은 기분이 어떨까요? 당연히 기분이 나쁘죠. 왜냐하면 당신이 원하던 인정과 공감을 얻지 못해서, 결국 두려움을 줄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거든요.

 

사실 서로 생각이 다르면 반대할 수도 있는데, 약간의 반대라도 하는 듯 보이면, 아니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도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죠. 왜 자신과 만났는지조차 이해가 안가요. 그래서 대화를 하는 내내 기분이 점점 더 나빠져요.

 

더군다나 그 사람이 당신에게 약간의 적의라도 보였다면, 기분이 많이 상해요. 내적인 두려움은 더 상승했거든요. 하지만 당신은 이것을 '기분 나쁜 일' 이라고만 이해하죠. 아니에요. 당신은 두려움을 느낀 것이에요. 그 사람이 누구든 간에 당신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말은, 잠재적 위협요소가 되거든요.

  

이렇듯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재미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어요. 재미가 있다가도 그것이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하거든요. 신나는 파티장에서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 소리처럼 말이에요. 바로 전까지 그렇게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게 놀던 사람들은 금세 사색이 되어서 탈출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가요.

 

그럼에도 재미만큼 두려움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감정은 없어요. 어떤 면에서 인간이 실질적인 이득도 없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원인이 바로 재미이니까요.

 

적에게 쫓기다가 만난, 높은 위치에 묶인 외줄로 만들어진 다리를 필사적으로 건너는 것은, 살기 위해서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죠. 하지만 재미로 외줄 다리를 건너는 것은 순수하게 재미일뿐이에요.

 

재미와 달리 다른 감정들은 보통 더 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작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으로 한정돼요. 너무도 가기 싫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 나가야 하는 회사처럼 말이에요. 돈이 없을 때 받을 수 있는 두려움은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받는 두려움에 비해서 훨씬 크거든요. 그러니 일을 하러 나가죠.

 

두려움이 인간의 기본 감정이라면 도대체 당신은 왜 그렇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그 이유는 바로 두려움이 강도에 따라 다른 감정으로 착각되기도 하고, 같은 일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일어났느냐에 따라서 수 많은 다른 종류의 감정으로 빠르게 변화되기 때문이에요

 

두려움은 때로 귀찮음이나 짜증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많아요. 뭔가가 싫다는 감정을 느낄 때, 거기엔 두려움이 포함되어 있죠. 단지 그것이 워낙 약하기도 하고 그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그것을 두려움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뿐이에요. 누군가 눈 앞에서 장난으로 칼을 휘두르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짜증이 몰려오죠.

 

또한 두려움은 곧잘 다른 감정으로 변해요. 그래서 두려움은 화로 변하고, 두려움은 질투로 변하고, 두려움은 열등감으로 변하고, 두려움은 공포로 변하고, 두려움은 슬픔으로 변하고, 두려움은 짜증으로 변하고, 두려움은 지겨움으로 변해요.

 


아마도 당신은 누군가 뒤에서 갑자기 놀래 켰을 때 화를 냈던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요. 너무 놀라면 화가 나요. 그리고 그 놀란다는 감정은 두려움은 느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에요.

 

당신은 당신보다 훨씬 더 돈이 많은 사람을 보면 부러움이나 질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들이 가진 돈이 당신의 불안감이 자극되거든요. 실제로 그 돈이 필요한가에 대한 것은 별도의 문제에요.


주변의 누군가 큰 행운을 얻게되면, 당신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순위가 한단계 떨어져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얻은 추가적 행운은 쉽게 인정하는데, 자신보다 부족할 것이라고 판단한 사람이 얻은 행운은 질투하게 되는 것이죠.


그것은 당신이 현재 얼마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느냐하고는 별다른 상관이 없어요. 당신의 현재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죠.  그래서 어느 정도 이미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태라면 부러움으로 끝나고, 현재가 이미 불안정하면 정말로 별의 별 것에 다 질투를 느끼게 돼요.

 

이런 식으로 두려움은 언제, 누가, 어떤 상황에서 느꼈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감정으로 변해가요. 그리고 그렇게 계속 모습을 바꾸면서 느껴지다가 보니 당신은 현재 자신이 느낀 감정의 시작이 원래 두려움이었다는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게 되죠.

 

누가 슬픔 속에 두려움이, 누가 즐거움 속에 두려움을, 누가 분노 속에 두려움이 있다고 상상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당연히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겠네요.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까요?

 

, 이미 앞에서 설명을 해드렸으니 답은 다 아시겠죠. , 맞아요. 그것은 두려움은 생존과 관련된 가장 원초적 감정이기 때문이에요. 모든 사람들은 두려움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오히려 죽지 않을 수 있어요. 마치 사람의 몸이 통증이라는 감각을 느끼기에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만약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라면 길을 빨리 건넌다는 이유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로 달려 나가겠죠. 만약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라면 덥다는 이유로 수영을 전혀 하지도 못하면서 바다에 뛰어 들겠죠. 만약 두려움이 없다면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아무거나 그냥 먹어 버리고 말겠죠. 그런데 그러면 죽어요.

 

그래요. 두려움은 당신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움이 긍정적인 감정은 아니죠. 그것은 부정적 감정이기 때문에 당신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게 돼요. 그래서 결국 가장 중요한 감정이긴 하지만두려움은 존재하지 않을수록 더욱 더 좋은 것이에요.

 

, 여기까지 해서 감정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했어요. 그럴 것이라고 믿고 싶어요. 아무튼 그러면 이 감정들이 인간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죠.

 

앞에서 설명했듯이, 인간의 정신세계는 크게 무의식과 의식으로 나뉘어요. 그리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은 주로 감정을 담당하고, 의식은 이성을 담당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들이 믿는 것과 달리 사람 몸의 주인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에요. 물론 사람들이 자신을 자신이라고 믿는 주체는 의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달라요. 무의식은 말 그대로 무의식이라 인식되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이겠죠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과학적으로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정신세계는 95%의 무의식과 5%의 의식으로 이뤄진다고 해요. 물론 이 의견이 꼭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나름대로 연구된 결과이니 충분히 참고할만해요.

 


95% 5%, 도대체 누가 정신의 주인일까요당연히 인간의 주인은 95%를 차지하는 무의식이에요. , 그런데 여기엔 이상한 점이 하나가 있어요.

 

우리는 살면서 분명히 의식적으로 뭔가를 결정하거든요. 어딘가를 갈 때 지하철을 타고 갈지, 버스를 타고 갈지, 택시를 타고 갈지 결정하는 것은 분명히 의식이에요. 언제 휴가를 갈지, 어디로 갈지, 얼마의 예산으로 갈지 결정하는 것도 의식이에요.

 

더 큰 일들, 결혼, 취직, 자녀를 갖는 것 등등을 결정하는 것도 모두 의식이에요. 그런데 왜 무의식이 우리의 주인이라는 황당한 연구 결과가 있는 것일까요?

 

이것을 이해하려면 우리들 각자가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을 좀 자세히 지켜봐야 해요.

 

아침에 집을 나와서 회사를 가려고 해요. 그런데 비가 오고 있어요. 그런데 우산을 안 가지고 나왔어요. 우산을 가지러 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지 않아요. 회사에 늦을 것 같으니까요. 혹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까지 갔다 오는 것 자체가 귀찮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냥 나가서 택시를 타요. 혹은 버스를 탈 수도 있죠.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은 의식적으로 결정되었어요. 그렇죠?

 

그런데 더 제대로 살펴보면 그런 결정들이 의식적이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에요.

 

비가 온다는 것을 안 것은 의식적으로 알긴 했죠. 그런데 우산을 가지러 집에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한 순간 어떤 감정을 느꼈어요. 그것은 감지하기 힘들 정도의 작은 두려움이지만, 두려움이긴 하죠.

 

만약 회사에 지각을 하면 직장 상사가 자신에게 한 소리 할 수 있으니까요. , 회사에 늦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서 우산을 가지러 가지 않았어요. 혹은 귀찮다는 감정이 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두렵든지, 귀찮든지 아무튼 감정이에요. 그리고 그 감정 때문에 우산을 가지러 가지 않는 결정을 했죠.

 

그냥 나와서 택시를 타느냐 버스를 타느냐를 결정할 때도 비슷해요거기엔 주로 돈에 대한 아까움이 크게 작용해요. 혹은 택시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경험적 사실이 작용할 수도 있죠. 이때도 결국 마찬가지에요. 돈에 대한 아까움이나 택시가 잘 안 잡힐것 같은 걱정의 감정으로 결정이 돼요.

 

여기에서 만약 어제 밤에 야근을 해서 잠을 잘 못 잔 경우와 어제 술값으로 생각지도 못하게 돈을 많이 쓴 상황이라면 어떤 차이가 날까요?

 

어제 밤에 야근을 했다면, 피곤하다는 생각과 함께 오늘 하루쯤은 택시를 타는 사치를 부려도 될 것 같다는 안도감이 있어요. 하지만 어제 술집에서 돈을 좀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면, 이번 달 용돈에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걱정이 생기게 되죠. 그러면 오늘 택시를 타기로 결정하는 것이 훨씬 힘들어져요.

 

혹시나 무리를 해서 택시를 탔더라도 마음 한 구석이 그리 편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택시가 많이 막혀서 지각까지 해버리고 나면, 정말로 짜증이 나죠. 그래서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쁠 수도 있어요.

 

이 짧은 이야기에서도 보면 큰 흐름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사람들은 끝없이 감정의 상태를 기반으로 해서 결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의식은 자신이 가진 정보를 기반으로 꽤나 정성스럽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요. 하지만 무의식은 그 결론을 단박에 평가해요. 그리고 감정으로 알려주죠.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해요. 여자나 남자가 처음 상대를 만났을 때부터 순간적으로 감정이 생겨요. 상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도 그냥 생겨요사실 이 첫 만남에서 거의 많은 것이 결정되고 말아요. 그리고 나머지는 부수적이죠. 오히려 나머지 정보가 처음의 감정을 방해한다 싶으면, 그 정보를 모르는 채 해요.

 

너무도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는데, 조금 허영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남자는 이것을 모른 채 해요. 아니, 좋게 해석해요. 너무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났는데, 장남에 시집 안간 누나가 넷이나 있다고 해요. 그런데도 여자는 이것을 모른 채 해요. 그리고 이런 문제는 결국 결혼을 한 후에 다 터지게 되죠. 돈 문제, 시댁문제가 다 터져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요. 결혼하기 전에 그것을 몰랐느냐고 말이에요. 술을 그렇게 마시는지, 주사가 있는지, 게임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지저분한지, 요리를 못하는지, 게으른지 몰랐냐고 하죠몰랐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니지만, 사실은 외면하거나 별 것 아니라고 넘긴 것이죠.

 

만약 처음 만났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금세 파악이 되었을 정보였어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가 필요하거든요. 주선해준 사람에게 말해줘야 하니까요. 그러면 많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찾아낼 있죠. 심지어 너무 잘생겨서, 너무 예뻐서 부담이 된다고 하기도 해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모든 선택에 있어서 감정을 기반으로 해서 결정을 해요. 감정은 이성의 주인이에요. 그래서 이성이 이런 저런 일을 해오면 거부하거나 받아들이죠. 그러니 이성은 최대한 감정에게 마음에 드는 의견을 제시하려고 최선을 다해요. 이 과정은 길지만, 무의식의 결정은 정말로 빠르죠.

 

그리고 이럴 수 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원하는 행복이라는 것이 바로 감정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성적으로 행복할 수는 없죠. 어떤 식으로든 무의식에게 잘 보여야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그래서 무의식은 우리의 정신 세계의 지배가 되는 것이죠.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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