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사랑의 이해, 인정과 안정

아이루다 2017. 4. 21. 08:37

 

"사랑"

 

참 가슴 뛰게 하는 단어이다. 사람을 지극히 행복하게 해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그래왔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사람들을 그렇게 행복하게 해줄까? 이 익숙한 단어가 잠시 낯설다.

 

이 단어에 대해서 좀 더 본질적으로 알고 싶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사랑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사랑의 종류는 너무 많으니 편의상 단순화 시켜서 남과 여의 사랑을 두고 바라보자.

 

남자는 왜 여자에게 호감을 품게 될까? 반대로 여자는 왜 남자에게 호감을 품게 될까?

 

같은 인간인데 남과 남, 여와 여의 관계는 남과 여, 여와 남과 왜 그렇게 다를까?

 

어떤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품는 것을 호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호감은 어떤 원리로 생겨나게 될까? 이것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호감이 바로 사랑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호감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어떤 가치를 다른 누군가가 가지고 있을 때 생겨난다. 혹은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어떤 것을 상대가 충분히 가지고 있을 때도 생겨난다. 이때 그 상대가 반드시 이성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성일 경우,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책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을 책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지적 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호기심 많고 지적이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돈이 부족한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은 잘난 외모에 호감을, 성격이 내성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에 호감은, 감정이 들쑥날쑥 한 사람은 감정 기복이 별로 없이 평온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런 것을 종합하면, 호감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은 바로 그 사람이 가진 '매력' 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호감은 매력으로 인해 발생된다. 그래서  매력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졌다기 보다는 상대방의 해석 결과로 보는 것이 더 맞다.

 

, 같은 내용도 상대에 따라서 매력이 될 수 있지만 심할 경우 비 호감의 원인이 되기까지도 한다.

 

기본적으로 호감은 내가 남에게 품는 감정이다. 그러면 반대 편에서 호감을 받는 사람은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

 


그것은 바로 '인정받기' 이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단순히 표현하면, 인정은 한 사람으로써 존재의 가치를 증명 받는 것이다. 그래서 인정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무엇보다도 인정은 행복의 필수 조건이다. 인정의 종류와 대상은 다양하지만, 아무튼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는 사람들만이 오직 행복할 수 있다.

 

결국 매력은 호감을 이끌어 내고, 호감은 인정을 이끌어 낸다. , 매력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인정을 받기 위한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홀로 살 때는 인정받기를 할 필요가 없기에 옷을 잘 입을 필요도, 화장을 할 필요도, 무엇인가를 멋지게 해내려고 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이 매력적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오직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이 외모를 가꾸고, 지식을 쌓고, 좋은 직장을 잡고, 돈을 많이 벌고운동을 잘하고, 말을 재미있게 하고, 술을 잘 먹고, 잘 놀고, 노래를 잘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고, 많은 사람들을 알고, 책을 많이 읽고, 아는 것이 많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다 매력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설령 이 과정을 자기만족이란 말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자기 만족이라는 말은 자신이 스스로 매력을 가졌다고 판단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 누가 인정해주기도 전에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반쪽자리 인정이다. 사실상 제 삼자의 인정을 기대하는 인정일 뿐이다.

 

, 그러면 왜 매력을 느끼게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앞에서 매력은 자신이 가치를 느끼거나 혹은 부족한 것을 상대가 가지고 있을 때 느낀다고 설명했었다.

 

이것을 매력과 호감 그리고 인정의 관계를 고려해서 다시 표현하면, 결국 매력은 상대를 인정하게 됨으로써 느끼는 감정이라고 설명 가능하다. , 사람들은 자신이 만난 사람들 중에서 인정할만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사실 인정할만하다 라는 말이 가진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젊은 남녀의 사랑은 이것이 전부이다. 물론 여기에 육체적 끌림이 있다. 물론 아주 강렬하다. 어쩌면 그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사랑에 있어서 육체적 끌림의 역할은 과대 포장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원래 사랑에 빠진 남녀는 보통 비슷한 행복을 경험한다. 그런데 육체적 끌림, 즉 섹스에 대한 욕망은 남자가 여자에 비해서 상대가 안될 정도로 크다. 사실 여자는 남자에 비해서 거의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남녀는 사랑을 할 때 비슷한 수준의 행복을 경험하게 될까? 이 점이 바로 상대에게 '인정받기'를 통해 경험하는 사랑이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것보다 훨씬 강렬한 행복 경험을 해주게 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된다. 물론 남자는 여기에 육체적 끌림이 더해져서 여자보다 훨씬 더 충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긴 한다. 이 점만이 차이이다.

 

결국 사랑이란 감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되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누군가 나에게 대해서 호감을 느끼면나는 인정받았음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약 내가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하면 이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다. , 그것은 나를 향한 짝사랑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한쪽만 인정하는 상황, 이것이 슬픈 짝사랑의 정체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인정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대에게 호감을 품을 수 있다. , 원래 아무런 호감이 없었던 사람이라고 해도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보이면 그 사람이 좋아지는 것이다. 도대체 인정을 받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결혼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튼 양쪽이 서로 호감을 느끼고 서로 인정을 받는 느낌을 받으면 두 사람은 모두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너무도 좋아진다.

 

사랑은 남성과 여성이 반대 성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최고를 고르는 과정이다또한 사랑은 내가 인정하는 대상으로부터 인정받는 행복이다. 이 둘이 동시에 이뤄지기에 사랑은 그렇게 거대한 행복이 된다.

 

사랑에 빠진 남녀는 그 순간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 세상에서 최고의 사람이 된다. 인정 중에서도 최고의 인정의 순간이다. 올림픽에서 1등을 한 것만큼 강렬한 인정받기 체험이다.

 

사실 남몰래 좋아하던 사람이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음을 알 때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거의 무한대이다. 이것이 바로 인정하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인정받는 것을 통해서 행복을 느낄까? 도대체 인정이 무엇이길래 그럴까?

 

사랑을 이끌어내는 인정은 인정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인정이다. 상대에게 자신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도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어줄 것이란 믿음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외롭지 않게 된다. 불안하지 않게 된다. 두렵지도 않게 된다. 인정이 가진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래서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은 서로에게 '당신은 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당신은 최고의 남자야' 그런 말들을 주고 받는다. 설령 그것이 명백한 착각이라고 해도 이 보다 더 극단적인 인정이 어디에 존재하랴.

 

그래서 사랑은 그렇게나 강렬하다. 그리고 사랑은 사람을 그렇게나 행복하게 해준다.

 

젊은 남녀의 사랑은 매력, 호감, 인정의 단계를 거치면서 결국 강렬한 행복으로 귀결된다. 더해서 젊은 육체가 가진 성적 끌림도 강력하다. 이 두 가지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모두 거대하게 작용한다.

 

여기에서 남녀의 차이가 있다면, 남자는 좀 더 육체적 끌림이 강한 편이고, 상대적으로 임신이라는 두려움을 가진 여자는 정신적인 만족에 해당하는 '인정'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서 자주 사랑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 남자는 섹스를 원하고, 여자는 대화를 원한다. 대화는 인정을 받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에 그렇다. 여자는 대화를 통해 사랑을 확인한 후 육체적 관계에 응하려고 한다. 하지만 남자는 마음이 급해서 대화가 성가시다. 이것이 바로 섹스를 두고 남녀 갈등의 이유가 된다.


남자들은 사랑 이외에도 다른 것들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반면에 여자들은 남자에게 인정받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 점이 사랑을 두고 남녀간의 가장 큰 입장 차이가 된다.

 

아무튼 이 섹스와 인정, 이 두 가지 단어가 합쳐진 사랑의 감정이 가진 강렬함은 너무도 커서 사람을 거의 미치게 만든다그리고 그것이 큰 만큼이나 그것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깨졌을 때 고통은 엄청나다.

 

사람들이 사랑에 목숨을 걸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사랑이 깨졌을 때는 섹스를 못해서 괴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인정의 파괴, 즉 자신이 최고라고 인정하는 상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고통이다. 이것은 너무도 커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기 조차 힘들다.

 

, 이것을 통해서도 인정의 욕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목숨보다도 더 중요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반드시 사랑을 통해서만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권력을, 누군가는 성공을, 누군가는 돈을, 누군가는 인간적인 매력을, 누군가는 많은 인맥 관계를, 누군가는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누군가는 학문적 업적을 남기는 것을 통해 되고 싶어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누군가가 권력을 원하는 것은 그저 인정받기를 위한 다른 노력이다. 그래서 독재자들의 모습에서 어린 아이의 치기 어린 인정받기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명예나 명성은 인정받기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돈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수단이다. 사실 모든 것이 그렇다.

 

인간이 거의 모든 욕구는 그저 인정받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인간 사회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은 말 그대로 VIP가 된다. 이것은 모든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존재라는 의미이다.

 

아무튼 사람마다 인정의 대상에 대한 차이가 있기에 모든 사람이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그런 강렬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렇게나 강렬했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식어간다. 왜냐하면 인정을 받는 것은 일정한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 누군가의 인정은 처음엔 강렬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당연하고 뻔한 것이 되고 만다.

 

부모의 인정이 그렇다. 원래 사람은 태어나서 최초로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의 인정은 너무 익숙해져서 당연한 것이 되어 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만 되어도 부모의 인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친구의 인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남녀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두 사람은 권태를 느낀다. 그 이유가 바로 서로간의 인정이 너무 익숙해져서 아무런 자극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성적인 관계 조차도 그렇게 된다.

 

두 사람간의 권태가 가진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인정의 가치가 확연히 줄어든 상태가 바로 관계의 권태이다.

 

이때 두 사람은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결국 다른 새로운 존재를 찾는다. 인정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상대를 찾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륜의 시작점이 된다.

 

그럼에도 이 시기를 잘 넘기는 사람들이 있다그리고 나면 사랑의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된다.

 

사실 이 단계도 사랑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실제로 따지면 이것은 첫 번째 경험하는 섹스와 인정을 기반으로 한 사랑과는 전혀 다른 어떤 것이다.

 

이것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써의 고마움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거기엔 상대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 두 번째로 시작되는 사랑의 중심은 바로 신뢰이다.

 

그리고 이 감정은 좀 더 직접적인 두려움을 기반으로 해서 생겨난다. 몸이 늙어갈수록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난다. 갑자기 온 연락들은 대부분 나쁜 일이다.

 

그래서 삶이 사는 것이 두렵다. 그러니 누군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보통 이 시기가 40대 이후에 나타나는데, 더 늦는 사람들도 있고, 훨씬 빠른 사람들도 있다. 아니 처음부터 이것을 통해 맺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 섹스와 인정으로 맺어지는 강렬한 사랑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바로 처음부터 신뢰를 기반으로 한, 두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관계로 시작되는 관계들도 많다는 뜻이다.

 

삶의 두려움이 심한 사람일수록 그렇게 시작한다. 그들에게 사랑은 결코 경험될 수 없는 감정이며, 그저 함께 사는 삶의 목표는 그저 최대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이 된다.

 

아무튼 어떤 시작을 했든지 결국 사람은 두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관계, 즉 두 번째 형태의 사랑으로 변하게 된다. 물론 중간의 변화 단계인 권태를 잘 지나쳐와야 하지만 말이다.

 

사실 많은 부부가 같이 살아보면 자신이 상대를 잘못 봤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자신이 매력을 느끼고 인정을 했던 모습이 사실은 거짓이거나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같은 매력도 결혼 후에는 비 호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많은 친구가 있는 남자나, 외모가 화려한 여자의 모습 등이 그렇다.

 

그래서 결국 심하게 갈등을 겪거나 혹은 이혼을 하는 일도 많이 일어난다. 더해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해도 결국 심한 권태를 느끼고 서로 불륜을 저지르다가 들켜서 결국 관계를 망치는 경우도 많다.

 

아무튼 이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두 번째 단계로 진입한 사랑은 첫 번째 사랑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이런 중년 이후의 사랑은 상대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 그리고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안도감을 채워준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점은 인정을 기반으로 한 사랑이 아니기에 더 이상 권태를 느끼지 않는다. , 안정적인 사랑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계가 되어야 부부는 비로소 평화롭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말했듯이 이 두 단계 감정을 모두 사랑이라고 칭하지만, 사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감정이다. 이것을 굳이 다른 단어를 써서 구분하는 것은 처음에 시작된 사랑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둘이 같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 단계의 사랑을 '' 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확한 일치되는 것은 아니다. 부부 사이의 정은 일반 사람들 사이의 정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사람에게 느끼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감정, 이것은 결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수십 년을 함께 살아 온 부부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것이다. 그 두 사람 사이에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깊은 어떤 감정을 공감할 수 있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사랑을 대단한 어떤 것으로 포장해왔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사실 사랑은 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DNA에 새겨진 성적 끌림과 상대방에게 최고로써 인정받기에 느껴지는 강렬한 감정이 합쳐진 것이다. 그리고 불안정한 삶에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을 만든 안전함에 대한 만족이다.

 

절대적 사랑에 가깝다는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어떤 부모가 자신들보다 다른 부모를 더 좋아하는 자식을 계속 사랑할 수 있으랴. 어떤 자식이 자신보다 더 다른 자식들을 더 사랑하는 부모를 견뎌낼 수 있으랴. 사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도 인정의 행복이다.

 

사실 부모와 자식간에도 권태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통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은 아주 빠르게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랑으로 변환된다. , 두 번째 단계로 빠르게 변화되기에 보통 권태를 느낄 시간이 거의 없다.

 

또한 설령 권태를 느낀다고 해도 남녀와 다르게 부모와 자식은 결코 헤어지기 힘든 관계이다. 누가 부모에게 권태를 느낀다고 해서 부모를 바꿀 것이며, 누가 자식에게 권태를 느낀다고 해서 자식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점이 남녀간의 사랑과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사이의 아주 큰 차이점이다.

 

그럼에도 사랑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 중에서 가장 강렬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으며, 변화된 두 번째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당사자들을 평화롭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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