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본질과 증상

아이루다 2017. 3. 20. 09:01

 

감기에 걸리면 코에서 콧물이 흐른다. 기침이 나고 열이 난다이것은 사람을 꽤나 괴롭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는다. 종류도 다양하다. 콧물이 나면 코감기 약, 몸이 으슬으슬 추우면 몸살 감기 약, 목이 아프면 목 감기 약 등을 먹는다. 두통이 심할 경우엔 두통약을 먹기도 한다. 이런 약들은 감기 증상을 완화시켜 주기 때문에 먹고 나면 좀 나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다. 이런 약들이 감기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이 약들은 그저 감기의 증상만을 줄여준다.

 

현대 의학은 대단히 많은 발전을 했지만, 우리는 아직 감기에 대한 치료제를 만들지 못한다. 아니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설령 만들어도 감기 바이러스가 끝없이 유전자적 변형을 하기 때문에 올해 감기약이 내년에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완벽한 감기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매년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 조차도 백신일 뿐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 몸 안에 있는 면역 세포들이 감기 바이러스를 가능한 한 빨리 처치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원래 진정한 감기의 치료제는 무조건적인 휴식이다. 잘 먹고 잘 쉬면 면역 세포들이 좀 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라는 병에서 바이러스의 감염은 본질이며 원인이다. 그리고 콧물과 기침과 열은 증상이며 결과이다. 그런데 우리는 원인이나 본질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없기에 그저 증상과 결과를 완화시키는 것만을 할 수 있다그리고 그것만 해도 많이 좋다는 점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증상은 언제든 재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어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반드시 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 증상이 아닌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을 때 문제에 관한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일부분에 대해서만 그것을 제대로 인식한다.

 

왜 그럴까?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그런 착각을 하게 될까?

 

사실 이것은 착각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원인을 찾은 것일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찾아진 원인은 또 다른 본질의 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 때문에 생겨난다.

 

, 학교 앞에서 자주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해보자그로 인해 불안해진 학부모들은 학교 앞을 다니는 차의 부주의함을 탓할 것이다. 그러니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등교 시간에 교통 지도를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원인은 어쩌면 도로 자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도로가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그 도로를 설계한 업체의 문제이거나 도로 공사의 문제일 수 있다. 원인은 점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그 도로 설계를 담당한 직원이 낙하산으로 들어 온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직원이 그렇게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조직 자체가 이미 많이 망가져서 그럴 수도 있다.

 

어쩌면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 중 한 명이 도로 공사의 내부 조직 체계를 망가뜨린 인물일 수 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이런 식이다. 어떤 원인은 어떤 더 깊이 숨겨진 원인의 증상이 될 뿐이다.

 

감기는 원인이고 열이 나는 것은 증상이다. 그런데 감기에 걸리는 것은 면역력이 약한 것의 증상이다. 면역력이 약한 것은 평소 스트레스나 운동 부족 그리고 수면이나 먹는 것이 부실해서 그럴 수 있다. , 면역력이 약한 것도 어떤 것들의 증상인 셈이다.

 

감기에 안 걸리려면 그 진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통찰력을 갖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결과나 증상만을 해결하면서 마치 그것이 원인이나 본질을 해결했다고 믿고 살아간다. 이것은 커다란 착각이지만 스스로 이것으로부터 깨어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매일 경험하는 많은 나쁜 감정들도 같은 원리로 다뤄지고 있다.

 

감기가 육체적 병이라면, 나쁜 감정들은 정신적 병이라고 할 수 있다. , 자주 나쁜 감정에 노출되는 사람은 자주 감기에 걸리는 사람과 같다. 그리고 사람들은 감기도 싫어하지만 나쁜 감정 상태에 놓이는 것을 더욱 더 싫어한다.

 

그래서 그런 나쁜 감정 자체를 느끼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하지만 인간으로 사는 이상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어쩌다가 나쁜 감정에 빠지게 되면 무척 괴로워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거기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왜 반복적으로 그런 나쁜 감정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런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오래하기엔 현재의 나쁜 감정이 주는 괴로움이 너무 심각하다. , 감기에 걸렸는데 증상이 너무 심한 것이다. 콧물이 넘쳐나고, 열이 심하게 오른다. 그러면 일단 그것부터 멈춰야 한다. 감기는 고사하고 증상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필요한 이유이다.

 

위로는 감기약처럼 나쁜 감정이 가진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로를 통해 나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난 후 다시는 그런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할 것이다. 아니면 금세 잊어버리든가 말이다.

 

감기로부터 자유로우려면 몸을 건강하게 해야 한다. 운동을 하고, 좋은 것을 먹고, 잘 자야 한다. 그렇다면 나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이 흔히 찾는 해결책은 그런 나쁜 감정을 자체를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 , 질투심, 열등감외로움, 분노 등등 느끼지 않는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자신이 상처 받지 않도록 만든다.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쉽게 상처받고 흔들리는 사람을 '유리 멘탈' 이라고 부르면서 좋지 않게 본다.

 

이것은 어느 정도 괜찮은 해결책이다. 그리고 이것에 관해서는 서점에 가면 볼만한 많은 책들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로 원인의 해결책일까?

 

질투심을 느끼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지 않고 본인의 삶만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는 그 좋은 말들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이 일종의 감기약이 아님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무리 많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단련해도 살아가면서 나쁜 감정들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걱정이 안 생길 수 없다. 두려움으로부터 완전히 도망칠 수도 없다. 인간인 이상 그것을 불가능하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주 자주 나쁜 감정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설령 혼자 있어도 그렇다.

 

그러니 결국엔 우리는 언젠가는 나쁜 감정에 놓이게 된다. 평생 동안 감기에 한 번도 걸리지 않는 사람은 없듯이 말이다. 그래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진짜 원인을 찾아서 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써야 할 것이다.

 

감기의 진정한 예방법이 건강한 몸이라면, 나쁜 감정의 진정한 예방법은 무엇일까?

 


이상하지만 그 답이 바로 '행복' 이다. , 행복한 사람은 나쁜 감정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좀 많이 이상하다. 사람들이 나쁜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이유가 바로 행복 하려고 그렇다. 나쁜 감정이란 말 자체가 가진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불행한 감정이 바로 나쁜 감정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해결책이 행복이라면, 최종 목적이 최초의 조건이 된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반드시 '반드시 가위로 자르시오' 라는 문구가 적힌 포장지로 포장된 가위를 산 것과 같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답을 찾아보려고 해도 결국 이 이상한 답이 정답일 수 밖에 없다.

 

감기에 걸린 것은 아픈 것이다. , 건강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건강해지려고 한다. 그래서 감기를 어느 정도 앓고 나면 다시 건강해진다. 그런데 원래 건강했으면 감기에 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나쁜 감정은 마음이 아프다. , 불행하다. 그래서 나쁜 감정에 빠지면 다시 평소의 상태로 되돌아 나오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정상적 상태로 돌아온다. 그런데 원래 행복했으면 나쁜 감정에 잘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경우는 똑같은 흐름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것은 건강한 사람이 어떻게 계속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행복한 사람이 어떻게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쁜 감정의 유일한 해결책이 행복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나쁜 감정 자체에 집중한다. 그것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쓴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물론 의미는 있다. 손발을 자주 씻고, 더럽지 않은 환경에 가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분명히 감기에 걸리는 횟수는 줄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면역력이다. , 평소의 건강함이다.

 

어떤 노력에 의해서 질투심을 느끼지 않는 곳이나 열등감이 덜 느껴지는 모임에 참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거나 자신의 문제를 이해해주는 우호적인 곳에서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행복함을 위해 일시적으로 필요한 곳이다. 아플 때 가는 병원과도 같다. 마음이 아프면 어딘가에서 위로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영원히 있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불행함은 나쁜 감정의 결과로 보여진다. , 화가 나면 불행하다. 열등감이나 질투심을 느끼면 불행하다. 자기 비하에 빠지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도 불행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것들은 불행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들이다. , 불행하기에 화를 내고, 불행하기에 질투심을 느끼고 열등감에 빠진다. 불행하기 때문에 자기 비하를 하며 외로움을 느낀다.

 

행복하면 잘 느끼지 않을 감정이다. 이미 충분히 행복하면 다른 사람의 행운에 진심으로 박수를 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면 다른 사람의 행운에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질투심이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런 감정이 싫은 사람들은 그것 자체를 느끼지 않으려고 애쓴다. 사실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다.

 

하지만 착각을 한다. 상대의 행운을 비하하고 별 것 아닌 것으로 간주하면서 마치 스스로 질투심이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혹은 자신의 작은 행운을 크게 부풀리거나 자신이 남들보다 잘하는 어떤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끝없이 주변에 알리면서 열등감을 우월감을 통해 벗어나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감정들로부터 자유롭다고 여긴다. 감기에 걸렸는데 그 증상을 무시하면서 자신은 감기에 잘 안 걸린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완벽한 착각이다.

 

진짜로 나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그저 행복해져야 한다. 나쁜 감정은 불행할 때 느낀다. 행복할 때는 설령 잠시 나쁜 감정을 느꼈더라도 금세 복구가 된다. 감기에 걸리지 않고 싶다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지 못하면 무조건 감기에 걸린다. 건강할 때는 잠시 감기 기운이 있다가도 금세 사라지고 만다.

 

, 그러면 진짜 문제가 남았다. 건강이야 운동을 하면 챙길 수 있지만 도대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사실 이것이 진짜 문제이다. 나쁜 감정을 싫어하는 이유도 그저 행복하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서도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은 자주 화를 낸다. 일 자체도 힘든데다가 돈도 많이 벌지 못하니 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는가? 세상에 대한 불만도 많고 작은 일에도 발끈한다.

 

그런 분들의 해결책은 돈이다. 돈을 많이 벌면 힘들어도 웃으면서 일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설명해줄 수는 없다. 그것은 진짜로 각자가 찾아야 할 답이다. 단지 그 행복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만들어지든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점만 확실해 해두고 싶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본인이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그것을 하면 된다. 그래서 행복해지면 결국 많은 나쁜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면 제대로 행복할 수 있다.

 

나쁜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나쁜 감정 자체를 느끼지 않는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가진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꽤나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원래 감정이 풍부해야 행복하다. 그런데 나쁜 감정을 잘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결국 감정 자체가 메말라 버리고 만다. , 나쁜 감정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지만 좋은 감정도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서 불행하게 사는 이유이다. 사회적 성공을 위해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감정 자체가 메말라서 행복하게 살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또 다시 자주 나쁜 감정에 노출 된다. 그러면 더욱 더 감정을 줄여 버리려고 애쓴다. 그래서 결국 감정이 없는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이것이 정말로 원하던 삶일까? 로봇과 같은 삶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로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쩔 수 없이 나쁜 감정에 빠졌을 경우라면그 자체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감정들을 느꼈다고 해서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하면 그것만큼 나쁜 것도 없다.

 

누군가 나쁜 감정에 빠졌다면 그것은 그저 현재 행복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자신의 부족함이나 어리석거나 부주의해서가 아니다. 불행한 것은 결코 죄가 아니다. 그것은 불운함일 뿐이다.

 

감기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자신이 왜 감기에 걸리는 지를 탓하면 안 된다. 가능하면 많이 안 걸리고, 걸리더라도 빨리 낫는 것이 최고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행복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깊은 본질이다.

 

사람들은 돈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을 쓰면서 행복해질 가능성을 부러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