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씨의 인문학개론

14강, 확대해석 - 1부

아이루다 2017. 2. 17. 08:44

 

 

빙고에요.

 

지난 시간에 피해의식에 대해서 꽤나 긴 설명을 했었죠. 그 설명들이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도움이 되었기 바래요!

 

오늘은 피해의식의 자매품인 '확대해석'에 대해서 이야기 할 거에요. 피해의식만큼이나 문제가 많지만 훨씬 깊게 숨겨져 있어서 웬만해서는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죠

 

그래도 확대해석은 피해의식과 달리 긍정적인 부분이 있어요. 상대의 행동을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게 해주죠. 우연히 받은 선물이 선물 그 자체보다 훨씬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이유에요. 다른 사람을 돕고 난 후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러다 보니 더욱 더 잘 숨죠장점이 있으니 그것으로 인해 단점이 가려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확대해석이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기에 굳이 그것의 문제를 따지고 싶어하지 않아해요.

 

그래서 '확대해석'  별 것 아닌 문제로 취급되기도 하죠. 하지만 그래서는 안돼요.

 

왜냐고요?

 

확대해석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확대해석만 없다면 세상 살아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아요. 화가 나도 그냥 화가 나고 말죠. 기분이 상하고,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고, 배신을 당하는 등등 수 많은 나쁜 일들이 그냥 나쁜 일로만 끝나요.

 

하지만 확대해석을 하기 시작하면 나쁜 일들은 그저 나쁜 일들이 아니게 됩니다. 그냥 흘려 보내야 되는 것들이 마음 속에 걸려서 삶을 망가뜨리죠.

 


외로우면 그냥 외롭고 끝나야 하는데 살아온 삶이 온통 후회가 되요. 화가 나면 화가 나고 끝나야 하는데 상대가 자신을 무시한 것이니 도저히 참아서는 안되는 분노가 되지요. 질투나 열등감을 느끼면 그런 감정을 느낀 자신이 한없이 비참하게 느껴져요. 상처를 받으면 상처를 잘 받는 자신의 성격이 정말로 싫어집니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도 확대해석에 대해서 경계를 해야 해요. 이것만 제대로 다룰 수 있어도, 아니 많은 기분이 나쁜 순간에 확대해석이 이뤄지는 순간만 스스로 인식할 수 있어도 모든 것은 금세 회복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했던 인간의 나쁜 감정이나 상처 그리고 피해의식은 차라리 그냥 나둬도 되요. 그것을 없애면 좋겠지만, 힘들죠. 그렇지만 이 확대해석만큼은 꼭 다룰 줄 알아야 해요. 왜냐하면 그것이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에요.

 

아시겠죠?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해 보세요. 평소에 얼마나 확대해석을 하고 살고 있는지 말이에요. 이 고양이의 말을 좀 제대로 들어 주세요.

 

확대해석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끝없이 발생해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그저 짐작할 수 밖에 없거든요. 이것은 일종의 추리에요. 지난 경험과 지식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경험을 통해서 각자의 머리 속에 만들어져 있는 일종의 상상 이론이죠.

 

그래도 어느 정도 정확성은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늘 맞는다는 보장은 없어요. 더군다나 인간은 원래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경향이 있기에 더욱 더 그래요. 그러니 그 추리가 맞다는 보장은 사실 별로 없어요. 맞는 것 같으면서도 틀릴 가능성도 높거든요.

 

그리고 이 추리가 좋은 쪽으로 쓰일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요.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선의를 베풀었을 때는 그냥 받죠. 그리고 받을 때는 아주 단순히 생각해요. 저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구나 라구요뻔히 아부임에도 통하는 이유이고, 입 발린 칭찬들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이유에요.

 

하지만 이 추리가 나쁜 쪽으로 쓰일 때는 원래 문제를 심화 시키는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해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원래 원인이 된 문제보다 확대해석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지고 맙니다.

 

분노 편에서 소개했던 탐정 포와르 이야기 기억나시죠? 사람들이 화가 났을 때 조금만 더 자극시키면 사람을 죽이기도 해요. 그 이유가 바로 확대해석이에요.

 


누군가 자신의 뒤통수를 툭 쳤을 때 실수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더라도 곧 잊어요. 그런데 상대의 표정으로 인해 일부로 쳤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화가 나죠. 하지만 상대는 정말로 실수로 쳤고 그리고 우연히 웃은 것뿐일 수도 있어요. 실수와 우연이 겹친 것인데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가시죠?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에요.

 

누군가 당신에게 화난 얼굴을 하고 욕을 했다면, 당신은 보통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당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서 그랬다면 당신은 기분이 나빠도 사과를 하겠죠. 잘못을 한 것이 맞으니까. 하지만 당신이 딱히 잘못을 저지른 일이 없다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 라는 생각도 있을 것이에요.

 

그래요. 그런 생각이 들면서 과거에 그 사람의 했던 행동들이 하나 둘씩 떠오를 것이에요. 그래서 그 생각은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되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랬던 것이죠. 예전부터 그 사람의 행동은 늘 당신을 일부로 무시하는 듯 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가지고 농담을 했고, 일을 부탁할 때도 그다지 미안해 하는 기색이 없었어요. 중요한 사내 정보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은 적도 있고, 자신의 이름을 잘못 부르기도 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분노가 치솟죠. 물론 이때 누구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과 관계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물리적으로 보복을 하거나 가서 욕을 할 수 도 있죠. 그 후의 행위는 사람마다 달라요.

 

그런데 한 가지 생각을 해봐야 해요. 정말로 그 사람이 일부로 그랬을까요?

 

보통은 아니에요.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가진 정답은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가능성이에요. 말투가 원래 그렇거나, 원래 기분이 심하게 오락가락 하거나, 자신이 기분이 나쁘면 말투가 그것을 그대로 표현하거나, 남에 대한 배려가 원래 없는 사람이거나 하는 것이죠.

 

, 그 사람의 성격이 원래 그랬던 것이죠. 혹시나 당신이 그것을 몰랐다면, 만난 지 얼마 안돼서 그런 것이거나 혹은 당신의 관찰력이 부족한 것이거나 아니면 당신의 사람 보는 눈이 영 별로인 것이죠.

 

그래요. 그 사람은 변한 것이 없어요. 그 사람은 원래 그랬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다 비슷하게 행동해요당신은 우연히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본 것인 거죠이것이 화를 낼 문제일까요?

 

애인이 자주 약속 시간에 늦는다면, 그것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그 사람은 원래 약속에 자주 늦는 것일까요?

 

처음엔 약속에 자주 늦는 사람이라는 판단과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판단 사이에서 혼란스럽겠죠. 하지만 반복되면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점점 더 기울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랑한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생기거든요.

 

정말로 그럴까요?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요. 만나기 싫은데 억지로 만나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렇죠. 약속도 잘 안 잡으려고 하고, 약속을 해도 늦고. 사실 이 정도면 알아서 떨어지라는 소리죠.

 

하지만 단지 약속에 자주 늦는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어떤 이유이든 상대가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해요. 자신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신뢰에 관한 문제이거든요. 이것이 훨씬 더 중요해요.

 

딴 것은 몰라도 믿을 수 없는 사람과 평생 함께 할 수는 없어요.

 

확대해석은 생활 속에서, 관계 속에서 끝없이 일어납니다. 좋은 쪽으로도 많이 일어나고 나쁜 쪽으로도 많이 일어나요. 누군가 갑자기 선물을 주면 '나한테 호감이 있나?' 라고 여기게 되고, 누군가 자신에게 짜증을 내면 '나를 싫어하는가?' 라고 여기게 되죠.

 

이런 것들은 물어 보기도 힘들죠. 누군가 선물을 주었을 때 '저 좋아하세요?' 라고 물어봤다가 황당한 경험을 할 수 있죠. 그리고 누군가 자신에게 짜증을 낼 때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에요. 저 싫어하세요?' 라고 물으면 그 사람의 당황하거나 황당해 하는 얼굴을 볼 수 밖에 없을 거에요.

 

사실 그 사람은 자신 역시도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경우가 많거든요. 그냥 감정이 움직이는 대로 한 것이에요.

 

그날따라 기분이 무척 좋은데 옆 사람이 생일이라는 말을 들은 상태에서 아침에 편의점에 갔다가 초콜렛을 하나 사서 선물을 줄 수 있거든요. 반대로 그날 기분이 무척 상해서 짜증이 잔뜩 나 있는데 옆 사람이 괜히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얘기를 한답시고 떠들어 대면 듣기 싫어서 조용히 하라고 한 마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본인이 아닌 바에야 주변 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알 수 없죠. 사실 본인도 몰라요. 사람들은 많이들 아는 척 하지만, 사실 자신이 기분이 나쁜 진짜 이유를 아는 사람은 드물어요. 그나마 여러 가지 이유들을 대지만, 그것은 그저 남들한테 말하기에 그럴 듯한 이유들 뿐이에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인도 모르고 상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눈 앞에서 보이고 있는 상대의 태도로만 현재 상태를 판단해요.  '나를 좋아하는지', '나를 싫어하는지' 를 판단하게 되죠. 사실 그런 것이 어디 있겠어요. 그냥 그날 아침 출근 길에 마음에 쏙 드는 아가씨를 만났거나 혹은 누군가 실수로 뒤꿈치를 밟아서 신발이 망가졌을 수 있어요.

 

원래 기분은 그런 일들로 좌우돼요. 그렇지만 보통은 그 이유를 잘 모르죠.

 

그나마 여기까지는 괜찮아요. 이 확대해석이 피해의식과 결합이 되면 퍼펙트 스톰이 되고 맙니다. , 피해의식이 일어나는 근간에 바로 확대해석이 존재하고 있어요.

 

피해의식은 자신이 받은 피해를 확대해서 해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실제 피해보다도 피해의식으로부터 계산된 피해가 훨씬 큽니다. 그러니 화가 안 날 수가 있겠어요?

 


이것이 반복되면 말 그대로 피해의식에 의해 완전히 잠식되고 말아요. 그래서 사람이 방어적이고, 수동적이며, 불안정하며, 자주 기분이 나빠있고, 별 것 아닌 일에도 감정이 요동치는 사람이 되고 말아요. 이것을 히스테릭 하다고 하죠?

 

[휴식 시간,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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