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꿈은 가져야 할까?

아이루다 2016. 6. 28. 16:02


 

"꿈을 꾸어라"

 

이 말은 아마도 젊은 이들에게 가장 많이 조언되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각자의 삶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어떤 목표, 즉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꿈은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 중에서는 꿈 자체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깊게 생각해도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이 없음으로 인해 고민을 하는 경우도 꽤나 많다.

 

주변의 어떤 친구는 일찍 자신이 하고 싶은 목표를 찾아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그 친구와는 다르게 자신은 딱히 어떤 꿈도 없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 역시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 고민은 훨씬 더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다. 아마도 심각한 불안함 까지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사실 많은 젊은 이들은 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도 그리 무리한 생각을 아닐 것이다.

 

물론 적극적으로 꿈을 찾지 못하거나, 이미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용기가 없어서 시작하지 못할 경우도 있을 것이기에,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은 늘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꿈이 있지만 두려움으로 인해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꿈 자체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중에서는 분명히 후자에 속한 사람들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 같다는 예상이 된다. 하지만 그들도 아예 꿈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누가 하고 싶은 일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것은 단지 용기와 열정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도대체 어떤 것이 한 사람에게 꿈이 될 수 있는지 꿈의 기본 조건부터 알아봐야 할 것이다.

 

자신의 꿈을 찾고 그것을 위해 나가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은 단 두 개이다. 그런데 이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는 이미 말한,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잘해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

 

이 두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채 꿈을 찾은 것은 사실 평생을 거짓 속에서 살아가거나 혹은 평생 그 꿈을 향해 가고 있긴 하지만 결국 평생 열등감에 사로 잡혀서 비참하게 살아갈 수 있다.

 

월드컵 때부터 국민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축구 선수 박지성씨는 꿈을 향해 나갔던 그런 사람으로 평가된다. 사실 그는 평발이라고 했다. 많이 뛰어야 하는 축구 선수로써는 정말 치명적인 문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오직 연습만으로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정말로 심각한 착각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연습으로 강한 체력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체력도 연습만으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그는 비록 평발이었을지 모르지만, 타고난 체력을 갖춘 사람인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재능은 타고난 것이 노력해서 얻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 우연히 보게 된 피아노 연주 때문에 피아노를 배우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꾼 사람인 경우, 다행이 피아노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야 그 꿈을 이룰 수는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엔 자신이 그 정도까지는 재능이 없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에 의해서 극복이 되지만, 세계적인 음악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진짜 승부가 그때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자신이 생각보다 피아노에 재능이 없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피아노에만 수십 년의 시간을 보냈기에, 피아노를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싫든 좋든 그 길을 계속 가게 된다. 그래서 피아노를 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는 못되더라도 대학 교수 한 자리쯤은 꿰찰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때조차도 피아노를 치는 순간만큼은 그 어떤 시간보다 행복하다면 상관이 없다.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피아노는 점점 밥벌이 수단으로 의미를 가진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이 정도까지 이루기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어려운데, 그 분야에 재능이 있기는 더욱 힘들다.

 

사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순서가 바뀐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그것이 하고 싶었고 더해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재능이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게 된 경우이다.

 

인간은 그 무엇보다 인정을 받을 때 행복해 한다. 단순하게는 방 청소를 잘 한다든가, 남들보다 길눈이 밝다든가 하는 일로도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낀다. 단지 그 일이 하찮을수록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남들에게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잘하는 것이라면 그 행복감이 어떨까? 누구보다도 빨리 뛰거나, 축구에 남다른 재능이 있거나, 머리가 좋아서 아주 공부를 잘하는 것 등을 통해서 느끼는 행복감이란 사실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성공한 분야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다. 축구 선수는 축구에, 배구 선수는 배구에, 물리학 교수는 물리학에, 농부는 농사에, 의사는 의료 분야에 남들과 다른 관심을 가진다.

 

그러니 마치 이것이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잘해서 그것을 하고 싶어한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행복한 것뿐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는 반드시 추가적인 세 번째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그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남들에게 인정된 가치이다. 물론 본인 스스로 부여한 가치라도 상관없다.

 

아무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가치가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가치는 불필요하다. 자기가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해서 잘한다면 그것으로 더 좋다. 하지만 잘하기 때문에 그것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인정된 가치가 필요하다. 비록 남들에 비해서 매우 잘하지만 그것이 가치가 없는 일이란 판단이 든다면 결코 그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가치는 주로 자신이 아닌 타인들에 의해서 정해진다. 그리고 그 가치는 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목적, 즉 요즘 같아서는 '돈'을 잘 벌 수 있어야 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서, 예전에 20년 전만해도 컴퓨터 게임을 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쓸모 없는 존재로 취급 받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을 잘 벌 수 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프로 게이머를 꿈꾸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가 가지는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돈만 벌 수 있다면, 예전부터 그다지 가치 없다고 여겨지던 직업들이 우대를 받는다. 사실 요즘 최고의 인기인 공무원도 그런 예 중에 하나이다.

 

이런 식으로 어떤 것이 가지는 가치는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일 경우,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강한 추진력이 되어 준다. 누구도 이 세상 누구보다도 똥을 싸서 10M 위로 떠올리는 재주가 있다고 해서 그 일을 하는 것을 꿈으로 삼을 수는 없다. 적어도 달리기를 빨리 하는 재주 정도는 가져야 한다.

 

예전에 대단하다고 여겨졌던, 어렵고 위험한 공중 그네를 타는 능력은 이제는 필요가 없다. 물론 지금도 서커스는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이 땅에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없다.

 

더해서 우리가 꿈을 쉽게 가질 수 없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정말로 자신의 꿈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착각을 잘하는 존재들이고 더해서 사회적으로 주입된 관념들로 인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무척 힘들다. 좀 확대해서 말하면 거의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다.

 

그래서 사실 꿈을 찾기 위해서는 가장 먼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 많은 관념들을 벗어야 한다. 그리고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설명했듯이 이것이 다가 아니다. 앞에서 말한 재능과 가치 등의 추가적인 조건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정말로 힘들다.

 

그리고 이미 꿈을 찾아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 조차도 정말로 그것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 실제로는 아닐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 이젠 우리가 왜 꿈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근본적인 회의를 해야 한다.

 

꿈은 가지는 것이 좋지만, 꿈이 없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그다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는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보다 하고 싶은 일이 딱히 없는 사람의 숫자가 훨씬 많다. 그래서 꿈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이것은 거의 타고난 성향이다. 자신의 성격이나 능력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꿈을 꿀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리 슬퍼할 필요는 없다. 꿈 역시도 결국엔 행복을 찾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러니 행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비록 늙어서 손자들에게 꿈을 향해 달린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현명한 조언은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것을 말해줄 수 있는 노인들도 무척 드문 편이다.

 

꿈을 꿀 형편이 안 된다면, 행복하게 살고 현명하게 늙을 생각을 하는 것이 낫다. 사실 꿈을 이루는 것보다 이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루기도 어렵다. 하지만 꿈처럼 타고난 것들에 의해서 제약 받지 않는다. 이것은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각자의 삶이란 무대가 바로 그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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