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인간의 정신 영역과 행복 - 2

아이루다 2016. 1. 15. 08:53

 

 

[앞 편에서 계속]

 

에고는 양날의 검과 같다. 그것이 적을 향했을 땐 자신을 지키지만, 자신을 향했을 땐 상처를 입힌다.
 
목표를 정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목표를 정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일단 목표를 정하면 무조건 해내든가 해내지 못하든가 결정을 내야 한다. 시험을 보지 않으면 모를까, 시험을 보면 반드시 성적의 결과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성공한 경우는 크게 만족감을 얻는다. 하지만 실패하면 크게 좌절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살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에고의 영향력 하에 살기 때문에, 살아가는 동안 끝없이 힘들게 뭔가를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만 있어도 쳐지는 입장이 되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를 제대로 이루든 못하든, 평생 동안 수 많은 목표를 정하고는 그것을 향해 살아간다. 때론 좌절도 하지만, 여러 번 시도한 끝에라도 한 번 성공하면, 실패한 시간을 모두 한꺼번에 보상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실패에 실망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를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가만히 있다간 혼자서 아무것도 못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이 할 때 비슷한 목표를 세우고 시도를 한다. 하지만 자신을 잘못 평가해서 엉뚱한 목표나 혹은 자신이 그다지 잘못하는 분야를 시도했다가 결국 실패하고는 좌절만 겪고 만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서 실망하고는 불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잘못 반복되는 자신감이 뚝 떨어지면서 세 번째 유형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런데 여기에서 에고의 성공을 축하하고, 실패를 꾸짖는 역할은 도대체 누가 할까? 이것도 에고 스스로 해내고 있을까?
 
아니다. 여기에서 슈퍼에고가 정체를 드러낸다. 슈퍼에고는 에고를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성공을 보상해주고, 실패를 단죄한다.
 
사실 이것은 정확한 분석은 아니다.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정도이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정말로 이런 식으로 분류를 했는지조차 명확히 모른다.
 
아무튼 이것은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에고를 과연 어떻게 다뤄야 할까에 대한 부분이다.
 
그리고 방금 언급한 슈퍼에고가 꽤나 중요한 힌트가 있다.
 
즉, 우리가 어떤 일을 성공했을 때는 괜찮지만, 실패했을 때 받는 상처, 실망, 좌절 등의 감정은 오직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실패는 성공과 명백하게 차이가 난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과, 떨어진 것은 천지차이이다.
 
그럼에도 처음 시작이 공무원 시험을 시도한 자신으로부터 발생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성공하면 기뻐하지만, 실패하면 자신이 시도한 과정 중에서 스스로에게 약간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생각에, 과정 중에서 스스로 정당하지 못하다고 느낀 모든 행위에 대해서 자책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것이 실패 그 자체보다도 더 큰 문제이고, 이 문제로 인해서 우리의 자아가 크게 상처를 받게 된다.
 
시험 공부를 하는 8월쯤 너무 더워서 하루 수영장에 다녀왔던 일, 5월 어느날, 해살이 너무 좋아서 오후 시간에 공부를 안하고 근처 공원에서 놀았던 일 등등, 우리 머리 속에는 다른 이들과 관련되어 있는 후회, 스스로 참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결정한 행동에 대한 후회로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못난 존재,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로 비하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10시간 공부를 해야 할 때, 1시간 하고 9시간을 놀았다면 그럴 수 있다. 또한 9시간 공부를 하고 1시간 놀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말로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경우, 정말로 다시 10시간을 시도하면 이제는 10시간 모두 공부를 할 수 있겠는가 에 대한 여부이다.
 
이것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다 꺼내야 한다. 스스로 착각하는 것이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오래 자리에 앉아있을 능력이 되는지, 매시간마다 놀자고 하는 친구가 근처에 없는지, 책상에 앉아 있지만 머리 속은 언제나 다른 곳을 갈 생각만 하고 있는지,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그 공부를 하는 쪽으로 맞지 않는다면 빠르게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것은 우리들 잘못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태어나고, 그렇게 자랐다. 그것은 말 그대로 '너의 잘못이 아니다'
 
실패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실패를 웃어 넘기긴 힘들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더 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실패를 분석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실패는 딱 거기까지이다.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에서 주인공 엔디는 수 많은 좀도둑질을 하다 잡히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시건방진 신입 죄수에게 '그럼 직업을 바꿨어야지' 라고 조언을 해준다. 도둑질을 할 때마다 잡히는 것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부끄러운 일이다.
 
엔디의 조언은 매우 적절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서 잘 모른다.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못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욕망은 있다. 그래서 일단 덤빈다. 하지만 잘하는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경쟁하는 분야에서 못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써 어떻게 견뎌내겠는가?
 
그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 인간은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라도 타고난다는 속담처럼, 모든 존재가 각자마다 고유의 능력을 타고 났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같은 재주라도 백 미터를 10초이내로 뛰는 능력이 똥을 10초만에 싸는 능력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리고 똥을 빨리 싸는 능력은 돈 벌이를 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질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잘하는 영역을 찾을 때, 에고를 지켜낼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너무 심하게 자신을 자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어거지 같은 소리같이 들리겠지만,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존재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이나 에고의 노예라는 점에서는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다르다면 그냥 그 능력으로 이뤄낸 결과이다.
 
그래서 결과에 만족하기만 하다면, 100억을 가지고 있든 천원을 가지고 있든 별 상관이 없다. 그러니 슈퍼에고가 너무 날뛰도록 두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못났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이상하다. 이것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잘생긴 얼굴도 돌연변이이고, 못생긴 얼굴도 돌연변이이다. 그 중에서 잘생긴 얼굴이 우연히 우리의 기호에 맞은 것뿐이다. 그것도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잘났다고 해서 남을 무시하는 존재 또한 에고가 무척 상처받은 존재이다. 그러니 무시하는 존재나 무시 받는 존재 모두 많이 불쌍하다. 그리고 이런 말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불쌍하다.
 
우리는 많이 불쌍하니, 너무 뭐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이미 현실적으로도 충분히 고통 받고 있다. 그런데 왜 스스로를 자책까지 하면서, 왜 그 일을 해내지 못했는가를 질책 하면서 보내야 하는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아서 행복하기도 힘들어서 가치를 가지고 노력까지 해서 행복 하려고 하는데, 그것도 자꾸 실패했다고 해서 스스로에게 채벌을 하는가?
 
행복 하려고 하는 것은 죄는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지 못한 것도 죄가 아니다. 이룬 사람은 타고난 능력이 좋고, 운이 따른 사람들일 뿐이다. 부러워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을 보면서 자신은 왜 저렇게 되지 못하는지 질투를 하면 안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슈퍼에고를 잠재우는 방법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그리고 설령 있다고 해도, 생계의 문제로 인해서 그것을 하면서 살아갈 방법도 별로 없다. 그래서 우리들 대부분은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하거나, 해야 하기 때문에 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가장 행복한 사람은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해야 한다고 믿고 했는데, 해낸 사람들이다. 그리고 가장 불행한 사람은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중간에 해야 한다고 믿었는데 실패한 사람들이 끼어 있다. 이들은 최하위는 아니지만 바로 위에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다가 금세 최하위로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한번이라도 그쪽에 떨어지면, 마치 늪에 빠진 듯 스스로 나오기가 힘들다. 삶은 고달프고, 짐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각자 그리 잘날 이유도 없고, 권리도 없다. 우리가 못난 것은 그냥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100년 살면 죽는다. 우주적 시간으로 보면 정말로 보잘것없다.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죽은 후 100년도 채 되지 않아서 완전히 잊힌다. 그 존재가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나마 영화라도 찍든가 아니면 책이라도 펴내야 기억이 될까 말까 한다. 그리고 죽은 후 기억되는 것이 그 무슨 좋은 일이겠는가?
 
그래서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닌, 받아들임에 대한 이야기이다. 에고를 너무 높게 높이고, 그것의 기대에 부흥해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끝없이 실망하면서 사는 삶, 사실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이런 상태를 사람을 늘 화가 나게 만든다. 우리를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도록 만든다. 이유없이 짜증이 나고, 불필요하게 화를 내며, 남의 성공을 질투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에고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스스로 질책하면서 만들어진다. 남의 탓이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그것은 오직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싶다면, 그냥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그리고 설령 실패했더라도 너무 심하게 뭐라고 하면 안 된다. 너무 더우면 수영장 갈 수도 있다. 봄날에 날씨가 너무 좋으면 하루 정도 쉬면서, 근처 공원에 갈 수도 있다.
 
그러라고 태어난 거다. 그러려고 사는 거다.
 
자신을 조금만 편하게 해주면, 삶이 조금은 덜 힘들어 진다. 그리고 시간 나는 대로 자신의 불필요한 욕망을 없애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품은 욕망의 대부분은 사실 별로 근거가 없다. 그냥 친구가, 친척이, 직장 동료가 하니까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연이 자신이 요즘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하니까 한다.
 
그래서 사람만 안 만나도 딱히 갖지 않아도 되는 욕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 에고는 관계성을 통해 증명된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시 관계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불필요한 욕망을 갖게 되고, 그것을 해내지 못하면 스스로를 질책하면서 불행해지고 만다.
 
물론 그 안에서 승자는 점점 더 행복해진다. 더 많은 것을 갖고, 더 많은 것에 비교 행복을 얻는다. 왜 불필요하게 이길 수 없는 존재 옆에서 서서 스스로 패자가 되고 있는가?

 

이것은 일종의 악순환이다.
 
잘난 것, 생각보다 별 것 아니다. 잘 나봐야 100년 살다 죽는다. 잘 나봐야 하루 세 끼 이상 먹기 힘들다. 잘 나봐야 24시간 잘 수 있는 것 아니다. 잘 나봐야 똥을 하루 종일 쌀 수 있는 것 아니다. 잘난 것은 오직 성욕에만 영향을 미친다. 남자의 경우에 더 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할 수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서 훨씬 강한 권력욕을 가진 이유가 설명된다. 여자는 임신을 하는 주체이기에 많은 남자를 만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남자는 동시에 수 많은 여자를 임신 시킬 수 있다.
 
얼마나 웃기는 존재란 말인가. 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하기 위해서 평생 권력의 노예가 되어서 그것을 얻기 위해서 살아간다. 사실 위대한 지도자들이란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그 섹스의 욕구가 어떻게 일그러졌던 간에, 그 밑에 깔린 본질은 동일하다.
 
이제 좀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이자. 별로 어려운 일 아니다. 설령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남들에게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미래가 불투명 해서 불안하더라도 그것까지도 받아들이자.
 
그러면 새로운 시도를 할 준비를 할 수 있다. 넘어져서 자책하고 있는 것보다는, 일어서서 다시 걸을 준비를 하는 것이 낫다. 이미 뛰어서 멀리 간 사람들은 뭐, 그렇다고 인정하자.
 
아니, 뛰어가면 뭐가 그리 좋을까 라는 생각도 하자. 뛰면 빨리 가지만, 숨이 차고 주변에 예쁘게 핀 들꽃도 못 본다. 인생은 행복 하려고 사는 것이지, 성공하려고 사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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