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삶의 에너지

아이루다 2015. 12. 7. 08:30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 중에서, 어떤 사람은 뭔가 늘 의욕적으로 행동하며 무엇인가를 이뤄내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반면에 어떤 사람은 늘 부정적이고 행동하지 않으며 무엇인가를 하는 것 자체를 결코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것을 나누는 것을 보통 열정이라고 한다.
 
또한 비슷하게 어떤 사람은 언제나 뭔가에 사로잡힌 듯 끝없이 어떤 대상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대다수의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조차도 그다지 큰 관심 없는 듯 살아가기도 한다.
 
이것을 나누는 것을 보통 욕망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열정에 불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을 적극적이거나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하고, 반대의 경우에 있는 사람을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좀 더 명시적으로 분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욕망과 열정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열정은 욕망을 통해 만들어지고, 더해서 적극적인 성격, 즉 두려움이 없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좀 덜 신경 쓰는 성향이 있는 사람일 경우, 자신이 느낀 욕망을 열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은 맞다. 단지 이것은 복합적인 하나의 작용이 아니라, 각각 다른 특징이란 점을 말하는 것이다.
 
즉, 큰 욕망을 가졌으나, 열정도 없고 게으르거나 혹은 타인의 눈치를 너무 심하게 보는 사람일 경우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한 욕망은 별로 없으나 자신이 꽂힌 몇몇의 대상에 대해서 만큼은 다른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열정을 보여주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리고 욕망도 별로 없고, 열정도 없지만, 오직 부지런하긴 해서 뭐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무척 적극적으로 해내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렇듯 우리는 개개인마다 각자 다른 구성으로 인해서 모두 다른 형태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탁월하게 열정적으로 살아가면서 뭔가를 이뤄내고, 누군가는 그 사람이 존재하는지조차 잘 의식되지 않는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결정하는 그 모든 요소를 통틀어서 '삶의 에너지' 라고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설명한 사람들의 유형을 단순하게 구분하면, 그것은 바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과 에너지가 거의 없는 사람, 심하면 에너지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사람들도 존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차이를 보이게 될까? 누군가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서 끝없이 뭔가 일을 벌이고 다니고, 누군가는 아무런 의욕도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일만을 겨우 해내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원래 우리는 그렇게 구분되어서 태어난 것일까?
 
물론 타고난 성격적 문제와 자라나면서 생성된 후천적 성격이 아마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각자 비슷한 크기의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단지, 살아오면서 끝없이 소모하여서 결국 텅 비게 된 사람이 존재하고, 끝없이 채움으로써 넘치게 만든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누군가는 그것을 넘치도록 채우고, 누군가는 끝없이 소모하여 텅텅 비도록 만들어 놓을까?
 
그것은 아마도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성공해본 사람이 더 성공에 대한 욕망을 느끼듯이 그렇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더 먹고 싶어하듯 그렇다.
 
사실 욕망은 양날의 검과 같다. 우리는 누구나 욕망을 느끼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누구나 그것을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성공과 실패는 욕망 그 자체를 이뤘느냐, 이루지 못했느냐의 차이만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더 채울 수 있었느냐, 소모시키고 말았느냐의 차이가 된다.
 
즉, 우리는 무엇인가 욕망을 추구할 때,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투자를 해야 한다. 그것은 열정, 집중, 실제적인 시간과 돈 등등 여러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성공하게 되면 그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한 에너지는 더욱 커져서 돌아온다. 반면에 실패하게 되면, 투자된 에너지는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실패보다는 성공을 더 자주 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에너지가 많아져서 욕망을 추구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고, 반면에 실패를 더 자주하는 사람들은 비판적으로 변하거나 혹은 아주 작은 에너지만을 투자해서 손실이 나더라도 큰 부담이 없을 수 있도록 하게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성공에 익숙한 사람들은 성공할 것을 믿기 때문에 크게 투자해서 크게 이득을 얻을 생각만 할 뿐, 실패해서 크게 잃을 것 자체를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패를 자주 경험한 사람들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적게 투자해서 손해를 입더라도 적은 손해를 입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모습은, 그 최초의 시작지점인 욕망이나 욕심에 관련된 차이점으로 인해서 많은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즉, 사실은 에너지가 많은 것이 아닌 단지 욕심이 과한 것일 뿐이거나, 사실은 에너지가 넘치지만 욕망이 적거나 남들과 달라서 그렇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에너지와 욕심에 사로잡힌 행위를 구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쉽게 말해서 열정적인 사람과 욕심이 많은 사람은 모두 공통적으로 무엇인가에 심하게 집착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반드시 원하는 것을 이뤄내려고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그 사람이 그것을 열정으로 추구하고 있는지, 욕심에 사로잡혀서 그러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수 많은 학원을 보낼 때, 그 행위가 아이의 교육에 대한 열정인지, 아니면 아이에 대한 욕심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때 우리는 보통 아이에 대한 부모의 욕심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아이가 먼저 원해서 그렇게 해줬다면,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
 
비슷한 예로, 타고난 욕망이나 욕심으로 인해서 평생 동안 이득만을 추구하다가 운이 좋게 크게 성공한 사람은 나중에 자신의 삶을 열정 있는 삶이라고 정의하려고 한다. 즉, 자신이 욕심에 가득 차서 살다 보니 우연히 성공한 것이 아니라, 뭔가 특별한 목적성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그것을 추구하면서 살아오다 보니 성공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욕심과 열정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할 대상이다. 욕망이나 욕심은 우리 인간이 가진 근원적 욕구이다. 그리고 열정은 우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그리고 열정은 에너지를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반면에 욕망은 에너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래서 욕망이 거의 없더라도 에너지 넘치게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고, 욕망은 넘치지만 내부는 텅 빈 에너지로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것을 네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욕망도 많고 에너지도 넘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일단 뛰어난 능력을 가졌을 경우가 많다. 즉, 과거에 성공을 해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결국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단지 그럴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정말로 적다.
 
두 번째는 욕망은 적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통 성공보다는 자신이 꽂힌 다른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은 주로 사회의 다른 면, 즉 성공 뒤에 숨겨진 무거운 진실들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보통 그들의 관심사는 사회적 문제, 환경 문제, 국제적 문제, 인류의 미래 등에 집중된다.
 
세 번째는 욕망은 많고 에너지가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욕심쟁이가 되기 쉬운데, 원하는 것은 많은데 그것을 해낼 능력이 되지 않아서 끝없는 부정적 결과를 생성해내고 만다. 그것은 바로 질투, 비난, 평가 절하, 무시, 외면 등등의 모습이다.
 
네 번째는 욕망도 적고 에너지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위 말해서 찌그러진 삶을 살지만, 적당히 그것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다. 즉, 크게 행복하지는 못해도 크게 불행하지는 않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면서 꼭 해야 할 필수적인 것들만 하면서 살아간다.
 
이 분류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속한 사람들이 우리가 속한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또한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매우 적다. 그리고 이들은 가장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대부분 세 번째와 네 번째에 속하는데, 완전히 극단적이지는 않아서 자신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듯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세 번째 특징과 네 번째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 바로 우리가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나마 우리가 세 번째 유형보다는 네 번째 유형에 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적어도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부족한 것도 있지만 더 많이 가진 것들도 있다고 믿고 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각자마다 다르며, 사랑, 돈, 자녀, 직장, 땅, 각종 능력, 여러 가지 재능 등등 정말로 다양한 것들이 그 후보가 된다.
 
즉, 돈은 부족해도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고 믿거나, 혼자 살더라도 뭔가 자신만의 가치를 이루고 살고 있다고 여김으로써 자신은 현재의 자신에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 살아간다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한다.
 
그리고 우리가 결코 경험하지 못하는, 정말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 삶을 보면서, 그들은 마치 우리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우리 자신이 보통의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보통의 존재가 되면, 우리는 보통 이하의 존재가 되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너지가 넘치는 것보다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 원래 정상적인 상태일까?
 
이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실현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그런 것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과 자존감을 얻길 바란다. 이것은 인간인 이상 그 누구도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들 다수가 에너지가 부족해 보이는 삶을 살면서도 나름대로 만족하는 이유는, 그 동안 살아오면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잃어왔기 때문이다. 즉, 냉정하게 말하면, 누군가 현재 스스로 충분히 만족하고 산다고 말하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 속에는 우리 누구나 부정하고 있는 끝없는 불만족한 것에 대한 욕구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기는 정말로 어렵다. 만약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현재 자신이 에너지가 부족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란 점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착각이 심하면 심할수록 그럴 수 밖에 없다.
 
이것을 알아보는 방법은 아주 쉽다. 지금의 삶이 지극히 만족스럽다면, 누군가 공짜로 돈을 주거나, 뭔가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할 기회를 주거나, 권력을 줄 때, 그것을 아무런 갈등 없이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떄 이것을 거절할 사람도 거의 없지만, 거절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부담감이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제안을 인생의 두 번째 기회라고 여기게 된다.
 
아주 소수의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이 제외하고, 우리들 대부분은 사실 자신의 삶에 어떤 부족함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것을 부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삶이 수동적이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즉, 현재의 자신이 원래 자신이 원했던 삶이기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흘러가는 대로 흘렀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즉, 하고 싶어서 한 것이지, 할 수 밖에 없어서 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무리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도 우리는 결국 할 능력이 되지 않아서 못할 뿐, 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다일까? 우리는 그냥 그렇게 적당히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일까? 우리에겐 어떤 변화의 가능성은 없을까?
 
이것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가 에너지를 잃은 모든 과정은 과거란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즉, 현재의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 과거의 자신이다. 과거에 실패했던 자신의 모습이 바로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좋은 말로 현재가 아닌 과거의 실패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소비시킨 것뿐이다.
 
물론 그 경험은 미래의 실패 역시도 예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화를 통해 다른 결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물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현재의 자신에 대한 착각의 만족감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즉, 우리들 대부분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사는 자신의 모습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원래 대통령이 꿈이고, 과학자가 꿈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에 위대한 존재가 되길 바랬다. 우리는 누구도 공무원을 꿈꾸고, 정년까지 회사 다니는 것이 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것을 인정하고 나면, 두 가지 가능성이 생겨난다.
 
그리고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능동적 행위이다. 이것은 선택 당하는 것이 아닌, 선택하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포기가 아닌, 내려놓음이다. 자신이 결국 포기했기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것이다. 물론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추구할 가치는 있다. 더욱 좋은 것은 이것을 통해 손실된 에너지를 복구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포기한 것을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무척 어렵다. 과거의 경험은 끝없이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또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를 해도 남는 것은 있다. 그것은 마음 속 미련을 깨끗이 비워낼 수 있는 기회이다. 스스로 최선을 다해서 실패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사실 우리를 진짜로 망치는 것은, 포기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남아 있는 미련이다. 이 미련이 정말로 우리를 미련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미련이 다른 성공한 이들을 질투하고, 다른 이가 추구하는 가치를 무시하게 만든다. 자신은 못했는데, 남이 했으니 싫은 것이다.
 
이것은 마치 무인도에 표류된 사람과 같다. 그 사람은 뗏목을 만들어서 떠나든지, 무인도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혼자 살다가 죽든지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두려움에 사로 잡혀서 매일 아침마다 뗏목을 만들지 못할 이유만 생각해내려고 하고 있다.
 
결국 떠나지 못할 것이라면, 그냥 떠나지 못함을 받아들이면 된다. 그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럴 때, 우리는 쓸데없이 뗏목 만드는 일을 한답시고 근처에 있는 나무를 자르려고 헛힘을 빼지는 않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애매하게 남겨둔 채, 섬에 남은 과일 나무들에서 한 해 먹을 열매가 풍성히 열릴 것을 기대하면서 소소하게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자신의 몸에 큰 병이 걸리지 않은 한은 유지될 것이다. 어떤 조건들만 지켜진다면 괜찮은 삶일 것이다. 단지 자신의 삶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그 조건을 지키기 위해서 써야 한다는 인식되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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