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가장 이타적인 행위

아이루다 2015. 11. 20. 09:38

 
칸트는 참 난해한 철학자이다. 그의 철학론 자체도 난해하지만, 그가 자신의 사상을 서술하기 위해서 사용한 문구들도 난해하기 짝이 없다.
 
"이성적 존재자인 인간은 自由(자유)의 주체로서 悟性界(오성계)에 속하고 있는 동시에 경험적인 感性界(감성계)에 속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감성계의 일부로서 인간은 항상 욕망과 感官的(감관적)인 충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덕률은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하는 定言的(정언적) 命法(명법)의 성격이라야 할 것이다."
 
어떤 교수 분이 칸트 철학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나열한 문구들이다. 이 말이 칸트가 한 말을 해석 한 것인지, 아니면 해석 후 다시 서술한 것인지는 알 방법이 없지만, 아무튼 일반 성인 남자들 중에서 이 말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럼에도 철학자 칸트가 한 말 중에서 유심히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정의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조차 스스로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는 어떤 목적, 행복하기 위해서나 불행함을 피하기 위해서 하는 모든 종류의 행동은 순수한 도덕적인 행위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즉, 어머니를 위해서 병수발을 들거나,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 놓는 행위가 비록 선하고 고귀한 행동일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하는 행위란 뜻이다.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남을 위해서 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것이 온전히 순수하게 도덕적 이려면, 오직 그것을 해야 하는 당위성에 의해서만 결정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모든 어른들은 죽어가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즉, 개인의 어떤 종류의 이득과 관련 없이, 주어진 도덕적 명령에 따라서 행하는 것만이 순수한 도덕적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과는 사실 전혀 다른 관점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의 해석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칸트에게 있어서 도덕적 행위란, 남을 위하거나 나를 위하거나 둘 모두가 조건이 아니다. 그것은 그냥 우리가 어떤 경로로 인해서 도덕적 행위라고 정의한 것을 아무런 목적 없이 행할 때만 유효하다.
 
칸트는 인간에 대해 어떤 믿음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또한 칸트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가 정의한 도덕적인 인간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존재이다. 세상에 그 누가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심지어 자신에게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스스로 목숨을 내놓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아픈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말이 반드시 지켜야 할 명령이라면, 그 사람의 아픈 심장을 자신의 심장으로 바꿔야 할 테니까 말이다.
 
* * * * *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이기적 혹은 이타적 존재로 평가하곤 한다. 그리고 이 평가는 재미있게도 칸트의 도덕적 인간에 대한 평가 기준과 유사한 연결고리가 있다.
 
우리는 사람이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의 선한 행동을 이타적 행위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곧잘 이것을 잘못 판단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저를 위해서 이런 일을 해주시다니..', '남을 위해서 그런 훌륭한 일을 하시다니..' 라는 식으로 표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도 오직 남을 위해서만 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우리는 남을 위해서도 한다. 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영역에는 내가 하는 모든 행위는 오직 나를 위해서 하고 있다는 것이 깔려 있다. 만약 어떤 행위의 결과가 남과 나를 위해서 모두 좋다면, 그 둘 중에서 그 행위를 하게 되는 진짜 이유는 바로 '나'를 위해서라는 뜻이다.
 
인간이 남을 위해서만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시작부터 불가능한 행위이다. 거의 성자급으로 추앙 받는 사람들 조차도 그들이 믿고 있는 종교로부터 오는 이득이 존재한다. 단지 그것이 돈이나 명예와 같은 것이 아닌 것뿐이다.
 
사실 이것은 단지 이론적이거나 관념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다. 실제로 현실적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나는 하나지만, 남은 여럿이기 때문이다.
 
남을 위해서 옆집 아이를 공짜로 과외를 해줬다고 하자. 그래서 그 아이가 성적이 많이 올랐다면, 그 아이에겐 그것이 좋은 일이 되며, 아이와 그 부모에게 있어서 매우 선한 존재로 평가될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가 성적이 올랐다는 의미는 그 아이의 바뀐 등수만큼 숫자로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진 것이 된다. 즉, 아이가 30등을 하다가 10등을 하게 되면, 10등부터 29등까지 아이는 모두 한 계단씩 떨어진 셈이 된다.
 
이 예는 우리가 남을 위해서 하는 그 어떤 행위도 사실은 정말로 남을 위한 것이 아니란 의미가 된다. 즉, 우리는 특정한 남의 이득을 위해서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또한 그 행위는 우리가 모르는 다수의 남에게는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우리는 단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이것을 칸트의 도덕적 행위에 대한 정의를 이타적 행위에 대한 정의에 적용시키면, 우리가 최대한 이타적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득과 최대한 관련이 없이 타인의 이득을 위해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최고의 이타적 존재는 자신의 막대한 손해도 불구하고 남을 위해서 하고는, 그 어떤 만족감조차 느끼지 못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경우에 심한 분노를 느낄 뿐이다. 또한 우리는 그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지만 강제로 당했을 것이다.
 
즉, 사기를 당해서 가진 돈을 모두 날린 상황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이타적 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그 어떤 만족감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사기를 쳐서 돈을 번 사람은 큰 행복을 얻었으니, 제대로 된 이타적 행위가 된다.
 
우리는 남에게 맞거나, 도둑질을 당하거나, 모욕을 당하거나, 어떤 손해를 입을 때 이타적인 존재가 된다. 아니 그러고도 그냥 가만히 있어야만 한다. 같이 때리거나, 경찰에 의뢰해서 수사를 하거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이타적인 존재가 아니다.
 
아니,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입은 손해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서 '좋은 교훈을 얻었다' 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바로 이타적인 행동이 아닌 셈이 된다.
 
이렇듯이 이타적이란 말이 진정한 의미로 적용되는 순간은, 우리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버린다. 그것은 마치 도덕적 행위의 진정한 의미가 적용되는 순간과 동일하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아무런 의도도 없이 오직 순수하게 정해진 명령에 의해서만 따를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오직 로봇이나 기계만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모든 행위가 이기적 욕구에 의해서 출발함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에고'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다. 즉, 우리가 이기적 존재일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에고'의 활동 결과이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넘어야 할 진정한 벽을 알게 된다. 즉, 에고는 인간이 자신이 가진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유일한 방해물이다. 또한 그만큼이나 강력한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 에고를 넘어서려는 노력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전혀 관련이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것에 도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들인 우리가 그것에 대해 단지 알기만 해도 큰 도움은 된다. 왜냐하면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서 그다지 확신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자신의 터무니 없는 요구와 감정에 대한 무한대의 용서를 좀 덜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즉, 자기 합리화에 덜 빠지도록 해준다는 뜻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그저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남에게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 한다면, 그 손가락의 방향을 틀어서 거울을 보고 스스로에게도 해야 한다.

 

그것이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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