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상식

망원경의 원리 4편 - 대물렌즈의 역할 2

아이루다 2013. 10. 16. 15:46

 

지난 글에서 대물렌즈의 간단한 역할과 몇가지 고유 성질에 대해 알아 보았다. 이번 글에서도 이어서 대물렌즈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 것인데 일단 대물렌즈의 역할에 대해 조금 정리하고 시작하자.

 

1. 대물렌즈는 빛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2. 대물렌즈는 볼록렌즈 이거나 오목거울로 만들 수 있으며 전자를 굴절 망원경, 후자를 반사 망원경이라고 칭한다.

 

3. 대물렌즈의 성능은 구경에 비례하며 빛을 받는 면적은 구경의 제곱으로 늘어난다. 이것은 지름과 원의 면적을 계산하는 PI * R^2 공식에 따른다. (면적은 = 반지름 제곱 * 파이 값)

 

솔직히 말해서 이것만 정확히 알면 대물렌즈에 대해 추가적으로 더 많이 알 필요는 없다. 단지 이것말고도 광학적 문제로 인해 여러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들은 알면 좋고 몰라도 망원경을 선택하거나 사용하기엔 큰 지장이 없다. 그래도 알고 있는 것이 나름 유용하니 그것을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첫번째 설명할 것은 바로 프리즘 효과이다. 프리즘은 빛이 삼각형 모양의 유리를 통과할 때 나타나는 빛 파장 별 분산 효과를 일으키는 일종의 광학 도구이다. 아마도 프리즘에 대해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테니 딱히 더 설명을 하지는 않겠다. 대신 프리즘의 원리를 설명하겠다.

 

프리즘은 빛 분산을 일으키는 도구라고 했는데 기본적으로 태양빛을 분산시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주노초파남보' 라는 일곱까지 무지개 색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태양은 원래 하얀색 광선으로 보이지만 분산과 함께 거기에 숨겨진 색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림 1) 일반적인 프리즘 현상을 표현한 그림

 

이 그림은 각 색을 매우 명료하게 분리했지만 실제로 색이 이렇게 분리되지는 않는다. 모든 색은 각자 다른색과의 경계면에서 부드럽게 변해가면서 각 색을 표시해준다.

 

그렇다면 왜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이렇게 색으로 분산되는가?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빛이 실제로 빨주노초파남보 일곱까지 색이 혼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색이 모두 모이면 흰색이 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흰색으로 보일 뿐이다. 그런데 왜 모인 빛이 이렇게 분산될까?

 

앞선 설명을 다시 복기해보면 빛은 파장이라고 그랬다. 그리고 우리가 빛을 색을 인식하는 것은 바로 이 파장대별로 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붉은색 이나 푸른색 이라고 믿고 있는 색은 우리의 눈 기관이 파장대 별로 분류해 시신경 세포에 담은 후 뇌에 전달해줘서 그렇다. 빛은 단지 파장만을 가지고 있고 색은 우리의 머리 속에서 만들어 진다.

 

같은 이야기지만 우리의 뇌에서 인식한 색을 다시 역으로 생각하면 이 각 색은 모두 다른 파장대를 가진 빛이 된다. 그리고 빨간색이 보라색보다 더 파장이 길다. 이것은 우리가 붉은색이라고 인식한 빛과 보라색이라고 인식한 빛의 파장을 관측을 통해 절대적으로 비교한 결과니 더이상 왜냐고 묻지 말자.

 

 

그림 2) 파장별로 단면을 현상화 한 그림. 단파장일수록 단위 시간당 진동수가 많고 에너지가 높다

 

파장이 짧다 라고 하거나 길다 라고 하는 것의 의미는 반복구간의 길이가 짧거나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그림 하단에서 보면 붉은색 파장이 보라색 보다 길고 이것은 파장이 길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특정한 시간 동안 얼마나 반복되었느냐를 계산하면 단위시간 동안 보라 색 파장은 붉은 색 파장보다 더 많이 동심원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림처럼 이 동심원 지름방향으로 뚝 잘라서 옆모습을 보면 그 밑에 나오는, 우리가 흔히 파장의 모습이라고 알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즉 이 파장의 모습은 광원으로 부터 나오는 파장의 옆 단면을 이어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전자기파는 전자파와 자기파가 각각 장을 이루면서 전기장과 자기장을 생성하면서 진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니까 실제 모습은 일단 접어두자.

 

진동수를 표시하는 고유 단위는 바로 주파수(Hz)이다. 주파수 =  속도 / 파장으로 나눈 값을 의미 하는데 속도가 빠르거나 파장이 줄면 - 파장이 줄었다는 것은 파장의 가로 길이가 줄었다는 뜻이다 - 주파수가 늘어나게 된다. 우린 파장을 좀더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주파수로 환산하여 900MHz 나 1.8GHz 같은 단위를 사용한다. 그리고 결국 속도가 동일할 경우 이 숫자가 높아지는 것은 더욱 단파장이란 소리가 된다. 참고로 가시 광선은 대략 385 ~ 789 TeraHz 범위를 갖는다. 휴대폰이 사용하는 영역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단파장인 것이다. (100 TeraHz = 100,000 GHz 이다)

 

* 주파수는 매질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속도와 파장이 동시에 줄어들어서 그렇다. 즉 빛이 매질속도에서 느려진다는 의미는 그 속도와 함께 파장까지 장파장으로 변했다는 소리가 된다.

 

그런데 왜 단파장이면 더 많이 굴절이 될까? 위의 그림에서 보라색이 더욱 밑으로 내려간 것은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더 많이 굴절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것을 제대로 이해해서 설명하기는 좀 힘들다. 그냥 원리상 단파장이 더 굴절이 심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만 설명하고 끝내면 기존 설명과 다를바 하나도 없기에 여기에 개인적인 상상력을 넣어서 생각해보면 단파장이라면 프리즘 전체를 통과 할 때 동시에 들어가 있는 각 파장의 수가 장파장에 비해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단파장은 장파장에 비해 늘 집적도가 높은데 그것으로 인해 프리즘을 통과 할때도 역시 동시에 더 많은 파장이 프리즘 안에 존재하게 된다.

 

이것으로 인해 더 많은 파장이 동시에 느려지는 영향을 받은 빛의 파장대가 더 심하게 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입자로 해도 동일하다. 많은 입자가 동시에 프리즘에 진입한 파장대는 매질을 통과하면서 이 입자들 각각이 매질내의 소립자들과 상호 작용을 동시에 하면서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다. 결국 그래서 더욱 더 많이 느려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내 스스로 검증할 방법은 없고 대충 이럴 것 같다.

 

매질 내에서 더 많이 느려졌다는 말은 빛의 굴절이 더 심하게 되었다는 말이고 결국 상대적 단파장인 보라색이 더욱 꺽이고 붉은 색은 상대적으로 덜 꺽여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왜 프리즘은 삼각형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원래 프리즘 자체가 빛의 굴절도 차이에 의한 분산 효과를 실험하기 위한 장치이니까 그것을 더욱 극대화 시키기 위해 이미 꺽이기 시작한 빛의 파장대가 더 많이 꺽일수 있도록 하단을 더 두껍게 만들어 준 것이다. 물론 이건 순서가 안 맞긴 한다. 원래 알고서 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프리즘에 빛을 통과 시켰더니 무지개 색이 나온 것이 맞다.

 

 

그림 3) 프리즘, 평면유리, 볼록렌즈를 통과한 빛의 분산 효과

 

이 그림에서 프리즘을 통과하는 보라 빛은 더욱 많이 꺾여 들어가면서 프리즘 내부를 더 오래 머물다가 나가게 된다. 이 효과로 인해 프리즘은 빛 분산을 확실하게 해준다. 평면 거울 역시도 굴절은 일어난다. 단지 모든 파장대가 동일하게 굴절되기 때문에 빛 분산 효과는 거의 미미하고 단지 왜곡되어 보이기만 한다. 그리고 세번째 그려진 굴절 렌즈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평면보다는 프리즘에 가깝다. 

 

이제 굴절 렌즈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왜 프리즘 이야기를 꺼냈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왔다. 그것은 바로 렌즈가 프리즘과 같은 효과를 일으키면서 생기는 빛 파장대별 분리 현상, 전문 용어로는 '색수차' 라고 부르는 오류의 발생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볼록 렌즈는 무조건 빛을 굴절 시켜야만 하는 장치이다. 이것을 못하면 렌즈는 아무 쓸모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빛을 모으다보면 빛이 색깔별로 분리가 되는 현상이 일어나 결국 색깔 별 초점이 다르게 잡히고 이것을 우리 눈으로 보면 마치 무지개처럼 대상이 보이게 된다. 이것은 분명한 렌즈 오류이다. 단지 굴절이 아닌 반사에 의해 빛을 모으는 반사 망원경은 굴절 과정이 없어서 색수차가 없다. 색수차는 굴절 망원경의 고유한 오류이다.

 

이것은 렌즈가 단초점, 즉 빛을 더 빨리 모을수록 심해지는데 그것은 꺾이는 정도가 심할수록 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은 마치 프리즘 하단이 더 굵어지는 모습을 말하는 건데 당연히 사각에서 삼각으로 심하게 변할 수록 프리즘효과가 크듯이 렌즈 역시 주변부에 비해 중심부가 더 두꺼워지는, 볼록 정도가 심해진 단초점 렌즈일수록 심화되는 것이다.

 

색수차의 해결 방법은 일단 최대한 장초점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초기 광학 기술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경이 커지면 너무 힘들어서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위의 그림처럼 볼록 뒷면에 오목 렌즈를 삽입해서 둘 사이를 다시 좁히는 것이다. 오목렌즈에서 붉은 빛은 덜 굴절됨으로서 역시나 더 많이 굴절된 보라색에 비해 최종 초점까지의 각이 좀 더 급격해진다. 반대로 보라색 빛은 상대적으로 이런 현상이 줄어들면서 두 빛은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이런 렌즈 설계 방식을 아크로매틱이라고 한다.

 

요즘의 보급형 망원경 대물렌즈로 많이 사용되며 다음 소개될 렌즈에 비해 가격이 싸다.

 

이것 다음으로 생산되는 대물렌즈는 볼록 + 오목 + 볼록의 형태를 띄면서 아포크로매틱이라고 한다. 아주 가격이 비싼 렌즈이며 고가의 장비들에 사용 된다. 그리고 또한 이 렌즈 설계 방식이 바로 각 렌즈 생산 회사의 주요 기술력이 된다. 렌즈의 정밀성도 중요하지만 렌즈를 어떻게 조합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까지 해서 이 글을 마치기로 하고 다음 글에서는 접안렌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그리고 이 과정이 다 끝나면 다시 색수차에 이어서 오류라고 알려진 자이델 5수차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나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전문적이지 못해서 대략만 설명하고 끝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