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다

아이루다 2013. 3. 24. 09:25

 

살아오면서 30대쯤까지는 꽤 그럭저럭 이런저런 취미생활을 해왔었는데 대부분 뭔가를 배우는 취미생활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주로 스포츠 종류였다.

 

그런데 나이가 40대를 향해 가면서 또 삶의 현실적인 부분에 부딪치면서 거기에 나의 개인적인 아픔까지 더해져 많이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삶은 방향을 잃었고 뭔가 하겠다는 의지는 땅 바닥으로 추락했으며 그로인해 주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직업적인 부분까지 많이 힘들어졌다.

 

나는 그때 일종의 탈출구로 시골 생활을 꿈꾸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도망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겐 대충 세워진 계획과 몇년간의 고된 삶의 현장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로 인해 뭔가를 찾아야만 했었다. 꽤나 절박하게.

 

거기에서 내가 출발한 것이 바로 별사진 찍기란 취미 생활이다. 지금에 와서 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계획이었지만 나는 첫 출발에서 턱하니 별사진 찍는 장비를 사고야말았다. 밤하늘 별이라곤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오리온 정도나 구분하는 나에게 별사진은 정말 거대한 도전이 되고 말았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차츰 안정되어 가고, 결국 영월에 집까지 지어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제 점점 더 많은 의지를 불러일으켜서 나는 결국 목공을 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말았다. 물론 그와 함께 농사일도 한다. ㅎㅎ

 

목공은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워낙 손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정말 큰 도전이다. 거기에 내 성격을 내가 잘 아는데.. 나는 뭐든지 대충 한다. 그건 목공과 같은 취미에서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는 점을 나는 이미 충분히 감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시작하고 있다. 결과물에 큰 기대를 하지 않기에 시작할 수 있는 용기이며 또한 뭔가를 만들어서 둘 곳이 생긴곳에 대한 열정이기도 하다. 일단 나는 첨부터 천천히 영월집에 놓을 작은 소품부터 만들어 내기로 했다. 그리고 첫 시작이 바로 양념통이다.

 

일단 나는 장비를 샀다. 톱, 나무, 끌(조각칼), 자, 작업대용 고무, 본드, 사포 등등이다. 작업을 집에서 해야 했기에 최대한 소리가 안나도록 했다. 그리고 큰 작업은 영월에 가서 하려고 한다.

 

- 사각 테두리용으로 만든 네개의 10 x 40 짜리 나무판이다. 일단 다루기 쉬운 삼나무로 했다.

 

- 두개를 연결한 모습. 원래 계획은 이렇게 하면 끝이어야 하지만.. 덜렁거려서 본드를 써야 할 듯 하다.

 

- 새로산 도구들. 끌과 톱이다.

 

한 열흘 정도 작업한 내용이다. 지금 틀을 거의 다 만들었고 이제 내부를 잘라내고 있다. 욕심이지만.. 못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만들 생각이다. 그래서 나무와 나무의 연결을 첫 사진처럼 했다. 물론 이 솜씨없는 목공의 결과물은 저것이 딱 맞물리지 않는다 ㅎㅎ

 

아마도 다음주 쯤에 첫 결과물이 나올 듯 하다. 그리고 다음 도전과제도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커피 필터를 담아두는 작은 용기이다.

 

별사진은 워낙 장소적, 시간적 제약이 있는 취미라서 이 목공이 나의 삶의 소중한 시간을 인식시켜주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요즘은 참 바쁘고.. 그래서 좋다.

 

--------------------------------------------------------

 

아침에 글을 쓰고 저녁까지 틈나는 대로 작업을 해서 거의 완성을 했다.

 

나름 잘하려고 무척 노력해서 세심하게 했지만 결국 실수를 하고 말았다. 중간 홈 간격이 완전히 삼등분으로 하지 못했는데 윗판을 뒤집어서 끼워넣는 바람에 내부 틀이 전체적으로 틀어지고 말았다. 5mm 정도;; 신경써서 보이면 삐툴어진 것이 보인다. 하지만 이미 본드까지 다 칠해서 완성해버려서 수정이 힘들다. 좀 무리해서 고쳐볼까 하다가.. 이것도 다 경험이다 싶어서 놔두기로 했다.

 

첫 작품치고는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 뒤쪽으로 판을 댈 예정인데 잘라만 놓고 아직 처리는 안했다. 이 작업은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나사못을 박을 예정이라서 영월에 가서 진행할 계획이다.

 

- 모서리 연결부위이다. 끼워맞추고 본드를 칠했다.

 

- 중간 홈 처리 부분이다. 둥근형태로 하려고 의도했으나.. 역시나 손재주 문제로 인해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고 좀 너저분하다. 그래도 이번 경험으로 인해 뭔가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듯 하다.

 

 

'목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진열대 와 작은 화장대  (0) 2013.12.05
아주 심플한 다리 없는 화장대  (0) 2013.11.05
조그만 찻상 만들기  (0) 2013.08.06
MDF를 이용해 도구함 만들기  (0) 2013.04.07
두번째 작품을 완성하다.  (0) 2013.03.29